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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티베트 라마승의 30년 투옥·수행 역정

  • 불서
  • 입력 2014.02.20 10:16
  • 수정 2014.02.20 10:30
  • 댓글 1

‘가둘 수 없는 영혼’ / 팔덴 갸초 지음·정희재 옮김 / 르네상스

▲ '가둘 수 없는 영혼'
달라이라마로 대변되는 티베트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곳이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핍박받는 고통의 땅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후 티베트 사람들의 3분의 1이 죽었고, 6000여개에 달하는 사원이 파괴됐다. 15만 명 이상의 스님들이 강제로 환속당하거나 감옥, 또는 노동수용소로 끌려갔다. 티베트는 그렇게 파괴됐다. 유서 깊은 불교문화와 전통은 모두 무너졌고 대부분 유목민이던 티베트 사람들은 중국의 강요에 의해 땅의 성분에 맞지도 않는 농사를 지으며 굶주림과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것이 티베트의 실상이다.

유엔에서 이처럼 고통 받는 티베트의 현실을 증언한 최초의 티베트인인 팔덴 갸초도 그곳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출가한 팔덴은 한창 수행에 정진하고 불법을 배워야 할 28세에 중국 정부에 체포돼 60이 되어서 석방됐다. 무려 31년 동안 끝없는 고문, 굶주림, 강제노역, 사상 교육을 받아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팔덴은 감옥에서 인도인 스승을 스파이로 고발하도록 종용당했으나, 결코 스승과 영혼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가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 무자비한 고문과 폭력으로 돌아왔다. 움직일 때마다 살을 파고드는 족쇄를 몇 년 동안 발목과 손목에 차야만 했고, 전기봉 고문으로 인해 이가 모두 빠지기도 했다. 간수들의 혹독한 구타는 일상이었고, 폭행을 당하고 나면 얼굴이 붓고 상처 때문에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그 강도 또한 컸다. 하지만 팔덴은 잔인한 폭력에 굴하지 않았고, 그 상황에서도 생에 대한 의지와 자유에 대한 희망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잔인한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희생자가 그 힘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큼 모욕적인 게 없다. 인간의 몸은 엄청난 고통을 견디고도 회복할 수 있다. 육체에 난 상처는 언젠가는 치유된다. 그러나 영혼은 한번 파괴되면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난다.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낙담 속에 방치할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신념과 티베트의 독립과 정의를 위해서 싸운다는 믿음에서 힘을 얻었다.”

팔덴에게 감옥에 갇혀 있던 31년은 그저 투옥생활이 아니었다. 감옥이 곧 사원이고, 족쇄와 수갑은 경전이 된 수행의 여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석방된 후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를 찾았다. 달라이라마 앞에서 마음속에 새겨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20여분 동안 가만히 듣기만 하던 달라이라마는 팔덴에게 “이 이야기는 글로 남기도록 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이 책 ‘가둘 수 없는 영혼’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은 한 수행자의 자서전이기에 오래도록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자비, 인내, 그리고 세상 만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가르침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의 티베트 침략 후 황폐해진 티베트의 실상도 확연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33호 / 2014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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