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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상처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던 작던 상처를 안고 산다. 때로는 누군가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상처를 주거나 받는 경우 나와는 전연 상관없는 사람과 관련된 경우는 드물다. 요즘이야 인터넷이 발달하여 정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남는 커다란 상처는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 혹은 내가 잘 아는 사람에게서 받고 주는 경우이다.

또 다른 상처는 몸의 상처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몸에 상처가 난 경우와 질병으로 인해 수술로 남은 상처가 있다. 그런데 얼굴과 같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 그것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럴 때 자신감 결여나 대인기피증, 우울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결국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상처는 신체적 상처보다는 마음의 상처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려주시는 부처님을 의왕이라고 부른다.

가장 큰 마음 상처는
스스로가 만들어 낸
탐욕서 생기는 근심
성찰이 치유 첫걸음

‘법구비유경’에 근심과 탐욕을 상처에 비유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 대강은 다음과 같다.

“왕사성에서 남쪽으로 이백 여리 떨어진 곳에 있는 큰 산에 오백 명의 도적이 있었다. 도적으로 인한 피해는 매우 컸는데, 군사들을 보내 토벌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에 부처님께서 그들을 제도하여 많은 사람들을 편안케 하시고자 그 산으로 향하셨다. 부처님은 귀족처럼 몸을 변화시켜, 온갖 보석과 값비싼 것으로 치장하고, 좋은 말에 올라 허리에는 보검을 등에는 화살을 메고 산으로 들어가셨다. 귀족으로 변한 부처님을 보자 도적들은 웬 횡재냐 하며 달려들어 부처님께 활과 칼을 겨누었다. 이에 부처님이 재빨리 화살을 쏘아 한 사람을 맞히자, 오백 명 도적들이 모두 같은 곳에 화살을 맞고, 칼을 한 사람에게 겨누니 오백 명 모두 같은 곳에 상처가 났다. 도적들은 고통스러워 땅에 구르며 ‘화살을 뽑아 주시고, 상처를 낫게 해 주십시오’라고 목숨을 구걸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 상처는 아프지 않고 화살은 깊이 박히지 않았다. 이 세상의 상처 가운데 근심보다 더 심한 상처가 없고, 사람을 헤치는 것 가운데 어리석음보다 더 심한 것은 없다. 그대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탐욕에서 생기는 근심과 남을 헤치고자 하려는 어리석음은 칼로 입은 상처와 독화살에 맞은 것처럼 끝내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오직 경전(經), 계율(戒), 많이 들어 아는 지혜(多聞慧), 이치(義) 등의 밝은 도(明道)가 있어야, 이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다.”
부처님은 상처 가운데 가장 심한 상처는 근심이며, 이 근심은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하신다. 우리들은 많은 경우, 지나간 일에 근심하며 나아가 미래의 일에 대해 근심한다. 그러한 일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은 욕망과 탐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너를 위해서’란 말에는 나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애써 외면할 뿐이다. 그리고는 근심하며 아파한다. 그래서 고통을 안겨주는 상처는 얼핏 보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을 잘 관찰하여 내가 내 자신에게 어떠한 상처를 주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알아야 비로소 나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경전을 읽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듣고 심사숙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3호 / 2014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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