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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향내와 비린내

집안에 향기로운 냄새가 가득하면 선한 천신이 찾아오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면 악한 신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길을 지나가다 향긋한 냄새가 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냄새나는 곳을 찾아보게 된다. 반대로 지독한 냄새가 나면 갑자기 짜증이 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우리들이 청정한 스님들을 뵙고 설법을 듣고 공양하는 것은 그분들에게서 향긋한 삶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 향기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오라고 하지 않아도 절로 모여든다. 이는 꽃향기를 따라 나비가 모이는 것과 같다.

방탕 욕망 익히기 쉽고
나쁜버릇 고치기 어려워
좋은 스승 가까이 할 때
그 닮아 선함 갖추게 돼

비록 스님이 아니더라도,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아끼며, 세상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그런 사람에게도 향긋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기적 마음에 인색하고, 나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사람들이 나쁜 냄새를 피하듯이, 멀리하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음식물이 부패하면 파리떼가 꼬이듯이.

‘법구비유경’에는 좋은 향을 싼 종이와 생선을 싼 새끼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한 비구에게 길에 떨어져 있는 종잇조각을 주우라고 말씀하시고, 무엇에 사용했던 종이 같으냐고 물으셨다. 이에 비구는 “향냄새가 납니다.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라고 답했다. 조금 더 길을 가다 이번에는 새끼줄 토막이 보였다. 역시 비구에게 새끼줄 토막을 줍게 시키고는 무엇에 썼던 것 같으냐고 물으셨다. 비구는 냄새를 맡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린내가 납니다. 생선을 묶었던 새끼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현명한 이를 가까이 하면 도와 뜻이 높아지고, 어리석은 이를 가까이 하면 재앙이 오는 법이다. 마치 종이는 향을 쌌기 때문에 아직 향냄새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묶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이”

사실 새끼줄이나 종이 자체에 본래 어떤 냄새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새끼줄로 향통을 묶어 놓으면 향냄새가 날 것이고, 생선을 종이로 싸놓으면 비린내가 날 것이다. 그와 같이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다가오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가르침의 핵심이다. 그런 만큼 사람을 만나는 데에도 신중해야 하며, 말 한마디 할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현명한 이를 가까이 하면 도와 뜻이 높아진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친구를 가려 사귀어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맞는 말이다. 나쁜 말과 행동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이어지는 내용에, “나쁜 사람이 사람을 물들이는 것은 냄새나는 물건을 가까이 하는 것처럼, 조금씩 유혹되어 허물을 익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악한 사람이 되네”라는 내용이 나온다.

방탕과 욕망은 배우지 않아도 쉽게 익히게 된다. 하지만 절제와 선함과 청정은 힘들여 실천하며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다. 한 번 물든 나쁜 버릇은 고치기란 어렵다. 생선 비린내가 밴 새끼줄에서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애초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을 가까이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닮아 선한 덕성을 갖추게 된다. 반대로 좋지 않은 스승과 벗을 가까이 하면 자신의 선함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빛을 바라고, 그들을 닮아 악한 사람이 되기 쉽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4호 / 2014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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