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편 폭행에 반신마비…강제 이혼까지

  • 교계
  • 입력 2014.03.06 12:34
  • 수정 2014.04.02 17:48
  • 댓글 1

▲ 쪽방에서 조그마한 난로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락스미씨는 폭력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서른 여섯 살이나 많은 남편이었지만 한국에서 잘 살아보고 싶어서 왔어요. 남편이 매달 고향으로 돈도 보내주고 예뻐해 준다고 해서…”

하지만 설레임을 안고 한국에 온 네팔 출신 스물 다섯 락스미씨의 현실은 달랐다. 자동차 기술자였던 남편은 매달 30만원씩 고향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결혼직후 시작된 폭력과 강제 성관계는 매일 밤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던 남편의 폭력이 갈수록 심해졌다.

3개월쯤 된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또 다시 이유없이 흥분했고 계속되는 구타에 락스미씨는 정신을 잃었다. 아침에 깨어보니 병원이었다. 병원에서는 뇌경색이 의심된다며 수술을 권했지만 남편이 막아섰다. 그렇게 퇴원할 수밖에 없었던 락스미씨는 얼마 후 왼쪽 팔과 손에 감각을 잃었다. 마비가 온 것이다. 마비가 왼쪽 다리까지 온 것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다.

인천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락스미씨는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공장에서 일하며 번 돈을 고향에 보냈던 락스미씨의 눈앞이 깜깜해진 순간이었다. 부모님은 락스미씨가 돈을 보내기에 한국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팔 이주민 여성 락스미씨
행복한 결혼 꿈꾸며 한국행
남편, 강제 성관계․상습구타
뇌경색 왔지만 수술도 막아
건강 찾아 고향가는 게 '꿈'

거동이 불편해지자 남편이 약간의 위자료와 네팔행 비행기표를 락스미씨에게 건네며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대로 네팔로 돌아가면 친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혼자 자립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병원에 갈 돈도 없었다.

계속되는 폭력으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졌을 때 알게 된 곳이 ‘우먼포우먼’이다. 우먼포우먼은 한국 내 네팔여성커뮤니티로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홀로 고통을 감수하던 락스미씨에게 동대문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의 쪽방을 내줬다. 한국어가 능통한 네팔 여성들은 인권변호사에게 락스미씨의 딱한 사정을 알리고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몇해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베트남 여성 역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채 1년이 안돼 도망쳤다고 한다.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 차가운 웃풍이 들고 난방도 제대로 안되는 방에 머무르고 있지만 폭력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락스미씨의 마음은 편하다. 꼬질꼬질 때가 탄 여름이불을 겹겹이 덮고 있으면 가끔 서러움이 몰려오지만 소송에서 이기면 치료비라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하루하루를 버틴다.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아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사람 없이 보낸 지난 1년. 한국에 와서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락스미씨지만 요즘 쪽방에 찾아오는 네팔 친구들로 인해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특히 우먼포우먼을 이끄는 부대표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몰리카씨의 두 살배기 아들 아린의 재롱은 락스미씨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한다. 아린을 볼 때마다 네팔에 있는 다섯 조카들이 생각난다는 락스미씨는 언젠간 가족을 만날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락스미씨는 고향에서 염주나 불화등을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네팔로 돌아가고 싶은 락스미씨는 지금 치료비를 감당해낼 여력이 없다. 그녀를 위한 한국불자들의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36호 / 2014년 3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