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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게 휴식을 주자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 있다. 가이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유기체 내지는 생명체라는 주장이다. 이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지구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구에 대한 인류의 착취와 학대가 도를 넘었다. 세균을 박멸하듯 인류의 학대에 견디다 못한 지구가 자기정화라라도 시작하면 인류는 아마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구는 인류에 의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는 바람에 산림은 황폐해지고, 물도 말라가고 있다. 석유와 석탄, 가스를 마구 쓰다 보니 육지에 있는 것으로 부족해 바다까지 뒤져 지하자원을 캐내고 있다. 이런 탐욕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푸른 숲은 자취를 감추고 강물은 사라지고 있다. 어떤 도시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다. 가이아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류는 스스로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자원절약·환경보호 위한
전등끄기 어스아워 운동
지구 착취 반성의 의미

3월29일 오후 8시30분
불자들 적극 참여기대

이런 위기의식 속에 몇 해 전부터 지구촌에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촌 전등끄기’ 어스아워(Earth Hour)운동이 그것이다. 어스아워운동은 1시간 동안 전등을 써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운동으로 2007년 3월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됐다. 세계로 퍼져나가 7년이 지난 현재 152개국 7000여 도시가 참여하는 지구촌 운동으로 확산됐다.

어스아워운동에 동참하는 도시들은 3월 마지막 토요일, 어둠이 깔린 오후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등을 끈다.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어둠이 차례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 호주 오페라하우스, 뉴욕 타임스퀘어, 프랑스 에펠탑, 중국 만리장성 등 세계 유명 건물들이 차례로 전등을 소등하며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 동참한 이래로 서울의 남산타워를 비롯해, 63빌딩, 국회, 검찰청 등 서울시내 상징적인 건물들이 매년 1시간 동안 어둠의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1시간에 불과한 소등이지만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어스아워운동으로 서울 공공건물에서만 413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절감했다. 소나무 63만 그루를 심고, 온실가스 1749톤을 감축한 효과와 같다. 어스아워운동은 단순한 에너지절약 차원의 운동을 넘어서 있다. 전등이 꺼진 1시간의 고요는 자연환경과 지구에 대한 고마움을 음미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자원이 지구의 몸을 태워 만들어내는 것임을 자각하고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일으키게 된다. 교계에서도 어스아워운동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조계사는 올해 ‘달빛을 켜요’라는 주제로 어스아워운동에 동참한다. 신도들을 대상으로 동참 인증샷을 모아 전시하고,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펼친다.

불교에서는 자연과 중생, 지구와 인간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니 궁극적으로는 하나다. 부처님은 “세상은 인간의 업력에 따라 생성됐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따라 지구 또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 김형규 부장
3월29일 토요일 오후 8시30분. 올해 어스아워 날이다. 일 년에 단 1시간이만이라도 지구에 휴식을 줬으면 한다. 지구의 짧은 그 휴식이 대지의 여신과 우리의 미래에 쉼표를 제공할 것이다. 요즘 자연재해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행태도 사나워지고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가이아의 울부짖음이 아닌지 모르겠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지구의 흐느낌이 들리는 것 같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36호 / 2014년 3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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