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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내 기득권자들

기자명 남궁선
  • 법보시론
  • 입력 2014.03.10 11:33
  • 수정 2014.03.10 12:44
  • 댓글 0

기득권이 지배하는 사회는 부조리가 존재하고 기득권 자체가 조직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한다. 100년 역사를 지닌 동국대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전형적인 예다. 최근 동국대의 학술원 사태에서 기득권이 잘못 작용하면 조직이 어떻게 와해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마음은 모두 탐진치 삼독심에서 비롯된 중생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란 인간이 어느 때부터인지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삼독심을 하나하나 버려가는 과정이다. 삼독심으로 가득 찬 마음은 오욕(五慾)을 추구하며 나 스스로를 괴롭게 하고 사회적으로는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점을 간파하신 부처님은 일찍이 오욕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을 더 훌륭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음을 숱한 경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왕자라는 부귀와 명예가 보장된 자리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집을 떠난 출가정신을 들 수 있다.

오욕을 멀리 하는 것을 불교에서는 청정하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하면 청정비구를 떠올리게 되고, 청정비구하면 세속의 영화를 멀리한 채 도를 닦는 수행자를 가리킨다. 오랜 세월 불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청정비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그들은 정곡을 찌르는 말 한마디로 세상을 바로 잡게 하기도 한다. 수행을 통하여 인간이 갖기 쉬운 욕망을 버리면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청정비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들은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 속에서 도를 닦는 데만 열중하여 세속과 인연을 단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그들이 전면에 나타날 수 있는 우리 불교계의 풍토조성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이나 동국대를 비롯한 불교기관의 일선에는 세속의 도덕적 기준에도 못 미치는 사건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기득권자들이 기관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는 세속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을 정도의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줌 권력을 위해 타인을 가해하고 상처 입히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찌 보면 그들은 세속생활에서도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득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불교의 앞날에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불교가 이 땅에서 사라진다 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리되기를 바라는 외도들이 끼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때도 있다.

불교는 세속생활의 부적응아들이 빌붙어 살기 위한 은신처가 아니다. 자신의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기득권마저도 포기하는 것이 불교의 길이다. 스스로 자기에게 채찍을 가하며 오욕을 채우기보다는 버리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불교의 수행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세속적 가치관을 뛰어넘는 총체적 인간완성을 위한 실천항목이지 높은 이상만을 추구하는 공허한 사상이 아니다. 용광로에 들어간 쇠붙이가 뜨거운 열에 의한 제련과정이 없다면 불순물은 결코 제거될 수 없다. 그렇듯 수행이라는 제련과정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불교인이 될 수 없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한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교의 탈을 쓴 승려나 불교의 진리를 오직 밥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은 이제 불교기관에서 사라져야 한다.

▲ 남궁선
그래야 불교가 이 땅에 살아남아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불교의 핵심가치는 더욱더 확산되어야 한다. 불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세상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그렇다. 불교의 앞날을 심히 걱정하는 것이 필자의 쓸데없는 망상이길 바란다. 

남궁선 정형외과 전문의 namgung0302@naver.com
 

 

[1236호 / 2014년 3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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