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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김원옥 씨

기자명 법보신문

친정어머니는 불자였다. 독실했다. 하지만 그 옛날 기복신앙으로만 절에 다니셨다. 그래서 매사 제한이 많아 난 도리어 불편함을 느꼈다. 그런 문제들이 쌓이다보니 불교를 싫어했고, 그런 이유로 초등학교때 엄마 몰래 교회에 다녔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집 앞 교회에 다니면서 사회봉사활동도 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교회에 보냈다.

그렇게 열심히 하던 신앙생활도 무뎌져 갔다. 어느 날 회의를 느끼게 됐다. 내가 꿈꿔왔던 참 종교인이란 희망은 사라져갔다. 허무했다. 그때부터 난 다시 무신론자로 돌아섰다. 그저 바른 삶만을 고집하며 살게 됐다.

기독신앙 무너졌을 때
모임서 일타스님 친견
법문 듣고 가슴 탁 트여
‘금강경’사경이 곧 도반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큰아이 친구의 학부모로 만난 친구로부터 연꽃모임 얘기를 들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예불과 염불기도 소리는 참 답답하고 지루했다. 마음에 혼란만 더 가중됐다. 모두의 시선마저도 따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마침 법문시간이 됐다.

꽉 막혔던 내 가슴은 법사님 법문으로 확 터졌다. 법문은 나를 실어줄 배와 같았다. 그런 안식을 느끼게 해주는 법회였다. 그 뒤로부터는 설레는 마음으로 법회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참례하게 됐다.

법사님의 생활법문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 안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좋은 기회였다. 난 연꽃모임에 입회하길 참 잘한 일이라고 나 자신을 칭찬했다.

그 긴 경전들도 어렵지 않게 외웠다. 회원들에 앞서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바른 정법불교로, 큰스님들을 스승으로 모셨던 회장 대원성 보살 덕택에 전국의 큰스님들을 차례로 친견하게 됐다. 난 내 적극적인 성격으로 38년 동안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모범회원이었고 회장을 2년 간 역임하기도 했다.

연꽃모임의 지도법사를 기꺼이 허락하신 일타 큰스님은 언제나 인자하신 모습이셨고 자상하게 보살펴 주신 큰 어른 스님이셨다. 내 법명도 일타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무심화(無心華)이다. 젊은 그때는 예쁜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더 없이 소중하고, 나를 길들이는 길잡이로서 평생 이름이 되었다.

돌이켜 보니 내가 불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싶다. 심한 결벽증이며 편견심과 아만심으로 옹졸하고도 긍정적이지 못했던 성격 탓으로 평범할 수조차 없는 삶을 살았을 것만 같다.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마음이나 몸으로는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무심화의 법명도 늘 새겨 보면서 이름과 닮은 내가 되기 위한 일과 수행을 해야겠다고 다짐 하니 새삼 내 이름이 다시금 소중한 스승인 된 것 같다.

오래전부터 우리 연꽃모임 법회 때면 대원성이 직접 사경하여 책으로 엮은 한글 금강경 독송을 하였고 사경도 하였다. 주변에서 도반들이 사경하기를 권하였지만 말처럼 쉽게 되질 않았는데 지난해에 또 ‘금강경’ 사경본을 나누어 주면서 사경수행에 대해 설명을 해 주니 회원들도 따라 함께 사경하기로 하였다

▲ (무심화·69)
지금 내 작은 책상이 수행공간이다. 사경 책과 노트와 붓펜이 놓여있어 훌륭한 도반을 만난 것이다. 나름대로 시간이 주어질 때면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대로 행선(行禪)도 하고 다라니를 외운다. 나는 내가 불자여서 자랑스럽고 주변의 모든 인연마다 고마울 따름이다.

 

[1236호 / 2014년 3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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