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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때(더러움)

사람은 더러움을 싫어하고, 깨끗함을 좋아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더러움을 더러움이라고 알지 못하는 사람은 더러움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러움을 좋아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더러움을 더러움으로 알기만 하면, 다시는 더러움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 더러운 것을 더럽다고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지혜이다. 그래서 지혜는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

외적인 면에 치중하면
개인·사회 병들기 마련
내면에  관심 기울이면
진정으로 깨끗해질 것

‘법구비유경’에 때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리의 말씀을 배우지 않는 것을 말의 때(垢)라고 하고, 근면하지 않은 것을 집안의 때라 하며, 엄격하지 않은 것을 몸의 때라 하고, 게으름은 일의 때이다. 인색함은 보시의 때이며, 선하지 못함은 행동의 때이다. 지금이나 내세에서 악한 것을 언제나 때라고 한다. 때 가운데 때는 어리석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 마땅히 익혀 이것을 버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때를 깨끗이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몸에 때가 끼면, 목욕을 하면 된다. 집안이 더러우면 청소를 하면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때는 어떻게 해야 깨끗하게 될까. ‘법구비유경’에서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온통 ‘보다 좋게’를 외치고 있다. 곳곳에는 성형외과가 성행하고 있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어떤 성형외과에서는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라는 문구를 크게 붙여놓기도 한다. 이제는 성형을 감추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다 예뻐지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탓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의기소침하던 예전의 모습에서 당당하게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그런데 또 다른 사회현상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웬만한 대형서점도 흑자내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리고 골목의 작은 서점들은 문을 닫은 지 오래이다. 일부 베스트셀러 외에는 책이 팔리지 않는다.

고전과 같은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은 물론, 시나 수필과 같은 책들도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이다.

한편으론 복권이나 경마와 같은 사행성 사업이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흥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건전한 투자보다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자신이 지닌 부의 일부를 베푸는 것에 인색하다. 국내의 중견기업 이상이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의 대기업들이 사회에 환원하는 액수는 참으로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옥은 거대해지고, 자신들을 위한 잔치상을 화려하다.

외적인 면에 치중하게 되면 개인이나 사회는 병들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깨끗함이 중요한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깨끗함 역시 중요하다. 아니 더 중요하다. 진리의 말씀을 배운다는 것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떠나 인류의 고전을 읽고 사색하는 것을 포함한다.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우면서 남에게 엄격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늘 남 탓만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에 많을수록 이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된다. 선함을 익히고, 베품의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많이 배우고 익혀서 지혜를 지녀야 한다. 눈 밝은 사람이 많을수록 위선자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외면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는 진정 깨끗해 질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6호 / 2014년 3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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