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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재 “보우 스님은 요승” 폄하

  • 교학
  • 입력 2014.03.12 15:25
  • 수정 2014.03.25 04:32
  • 댓글 3

봉은사, 문화재보호재단측에 3월호 전량 회수·폐기 및 공식 사과 요구

▲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문화재' 3월호에서 조선시대 고승인 허응 보우(1510∼1565) 스님을 ‘요승’으로 폄하하고 서울 봉은사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발간하는 ‘월간문화재’ 3월호에서 조선시대 고승인 허응 보우(1510∼1565) 스님을 ‘요승’으로 폄하하고 서울 봉은사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봉은사는 3월11일 이번호 전량 회수·폐기 및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조선불교 중흥조 보우 스님 왜곡
‘죽은 뒤엔 비루한 조랑말’로 서술
추사 글씨 ‘판전’도 ‘전판’ 오기
서울 봉은사, “심각한 명예 훼손”
재단, “필자교체·정정기사 게재”

이은식 한국인물사연구원장은 ‘월간 문화재’ 3월호에서 “보우라는 요승이 망월사와 회암사의 주지를 겸임하고 대궐 안에 무시로 출입을 하며 발호했다”며 “제주 목사 변협이 보우와 불교에 관한 어려운 문제를 걸고 서로 모르는 편이 목숨을 내놓자는 내기를 하여 한 때 나라를 어지럽게 한 보우는 마침내 죽임을 당하였다”고 서술했다. 필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미신 같은 이야기’만을 근거로 보우 스님이 죽어 제주의 초라한 조랑말이 됐다고 썼다. 그는 또 “죽은 보우도 말이 되어 그 중의 한 마리에 들어서 과천을 지나 서울로 들어오는 길에 그와 같이 죽을 먹고 달아났으므로 봉은사 근처의 바로 그곳을 ‘말죽거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월간 문화재’의 글로만 보면 보우 스님은 나라를 크게 어지럽힌 요승으로 일개 유생보다 불교 이해가 일천하며, 제주 목사에게 살해당해도 마땅한 인물로서 결국 죽어서조차 비루한 조랑말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간 문화재’의 내용은 역사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라는 지적이 많다. 보우 스님은 문정왕후의 권유를 받아들여 봉은사 주지 및 선종판사를 맡아 보현사, 회암사 등 퇴락한 사찰을 중창하고 선종과 교종을 부활시켜 합법적인 승려 배출에 힘쓴 비운의 고승이다. 서산 휴정과 사명당 유정도 이러한 승과를 통해 배출될 수 있었으며, 훗날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상 보우 스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우 스님이 조선불교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억불숭유라는 불교의 암흑기에서 보우 스님의 활동은 유생들에게 눈에 가시였고, 이에 대한 모함과 질시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 탓에 문정왕후 서거 이후 보우 스님은 아무런 죄 없이 제주도로 귀양을 가야했고, 그곳에서 제주 목사 변협에게 타살되는 순교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이런 까닭에 사명당 유정 스님은 “우리 대사께서는 동방의 외지고 좁은 땅에 태어나 백세 동안 전해지지 못했던 도의 실마리를 열었으며 천고에 홀로 오셨다가 홀로 가신 분”이라고 찬탄했으며, 역사학자인 김영태 동국대 명예교수도 “보우 스님의 업적은 조선왕조 반천년의 불교역사에 있어서 가장 빼어난 인물로 스님은 스스로의 모든 것을 교단중흥을 위해 바친 성사(聖師)였다”고 극찬했다. 심지어 근대 일본학자인 다카하시 도오루조차 “(보우 스님은) 신라, 고려, 조선 삼대를 통해 가장 뛰어난 고승”으로 높이 평가했다.

 

▲ 월간 문화재 3월호 해당 기사의 지면 일부.

1990년대 이후 보우 스님에 대한 연구는 박사학위 논문을 비롯해 많은 성과들이 있을 정도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월간 문화재’가 보우 스님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도 이토록 모질게 보우 스님을 폄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월간 문화재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판전(板殿)’을 ‘전판’이라고 하는가하면, 봉은사 상징처럼 여겨지는 미륵대불을 ‘석가상’으로 잘못 쓰는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오류를 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은사 측은 “역사적으로 고증되지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양 기술한 점이나 봉은사의 성보문화재에 대한 부적절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보우 스님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그릇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봉은사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측에 월간 문화재 이번 호 전량 회수 및 폐기할 것과 일간지 및 교계 신문에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3월12일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보우스님과 말죽거리 지명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오인될 수 있도록 표현된 부분에 표현상의 오류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보우 스님과 불교계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월간 문화재 구독자 및 불교계, 봉은사 관계자 분들께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치헌 홍보팀장은 “필자의 글을 끝까지 확인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필자교체, 4월호 정정기사 게재, 전문필자를 통한 보우 스님 보도, 불교 관련 새로운 기획 연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37호 / 2014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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