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반재일과 계율

삶은 죽음으로 평가받는다. 말과 행동이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다면 예사롭지 않은 삶이다. 역사는 많은 삶과 죽음을 기록하고 있다. 고귀하고 바른 삶을 산 이들은 대체로 죽음 앞에서 초연했다. 그러나 탐욕과 욕망에 찌든 이들은 죽는 순간에도 비루했다. 삶에 대한 집착으로 버둥거리다 결국 황천으로 끌려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삶에 대한 애착,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명을 가진 존재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이런 삶과 죽음의 두려움을 완벽하게 초월한 분이 있다. 부처님이시다. 부처님은 삶에 대한 애착은 물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육신이 소멸되는 그 순간에도 평화와 자비로운 미소로 삼천대천세계를 울렸다. 어쩌면 부처님의 삶은 인류가 써 내려간 가장 위대한 서사시일 것이다. 왕자로 태어났으나 풍요로운 삶을 박차고 출가했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초인적인 수행 끝에 부처님이 됐다. 그러나 무상정등정각을 이룬 이후에도 해탈의 기쁨에 안주하지 않고 생사의 괴로움에 떨고 있는 중생들을 위해 평생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셨다. 사람을 넘어 유정무정 모두에게 평등하게 자비를 드리웠다. 그분이 계셨기에 메마른 대지가 단비에 젖듯 우리의 삶도 좀 더 자비롭고 평화로워졌을 것이다.

부처님 입멸의 모습은
가르침의 완벽한 승화

제자들에 남긴 유훈은
계율 의지하라는 당부

부처님께서 낡은 육신을 버리고 열반을 드는 순간은 가슴 떨리는 감동이었다. 성인이라면서도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거나 신에게 구원을 갈구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부처님의 열반은 시종 평화롭고 자비로웠다. 평생의 가르침은 열반을 통해 완벽하게 승화됐다. 열반 순간, 잔잔한 미소로 자애롭게 제자들을 바라보셨던 부처님. 그 맑고 투명했던 열반의 모습은 벽화와 그림으로 전해져 지금도 불자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부처님은 꺼져가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내가 열반에 든 뒤에는 계율을 존중하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듯이,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은 듯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계율은 너희들의 큰 스승이며, 내가 세상에 더 살아있다 해도 이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설법이니라.”

‘대반열반경’에 담긴 기록이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말씀은 지계(持戒)였다. 계율이 의지처이며 부처님의 모습이라고 했다. 둘러보면 부처님의 유훈은 불자들의 삶에서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유행 지난 옷처럼 계율을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다. 승·재가를 막론하고 계율을 천하게 여기면서 불교를 말하고 있다. 올해 3월15일(음력 2월15일)이 열반재일이었다. 사찰에서는 출가재일인 3월8일(음력 2월8일)부터 열반재일까지의 8일간을 정진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간간히 수계행사도 열렸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부처님은 열반에 드시기 전까지 대중들과 함께 탁발을 하셨다. 자자와 포살을 통해 당신의 허물을 물었다. 번뇌와 괴로움을 이미 여읜 부처님께 어떤 허물이 있었겠는가. 참다운 수행자의 삶을 온 몸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터이다.

▲ 김형규 부장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허공에 던져진 흙덩이가 땅으로 떨어지듯이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짙은 어둠이 끝나면 태양이 솟아오르듯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깊은 잠에서 깨어난 사자가 포효하듯이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부처님 전생이었던 바라문 수행자 수메다의 서원이다. 부처님 열반재일을 맞아 부처님께서 가신 그 길을 삼가 서원해 본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37호 / 2014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