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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장애인

경전을 살펴보면 드물지만 장애를 가진 수행자들이 나온다. 아나율과 주리반특이 대표적이다. 아나율은 천안통이 뛰어났다. 그래서 천안제일(天眼第一)로 불렸다. 천안통을 얻으면 진리의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있다. 나아가 우주와 천상계, 지옥계도 거울 보듯이 볼 수 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설법을 하기 위해 도리천에 올랐을 때, 이를 천안으로 보고 알아차린 것도 아나율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나율은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는 게으름에 대해 부처님께 꾸중을 들은 뒤로 잠을 자지 않고 정진했다. 결국 시력을 잃었지만 천안통을 얻어 가장 뛰어난 10명의 제자 중 한명으로 기록됐다.

경전 속 장애인 수행자는
인욕·지혜 상징으로 남아

장애인 고통스럽게 하는
편견의 장애를 걷어내야

경전에는 주리반특에 대한 내용도 전한다. 주리반특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지능이 너무 떨어져 좀 전의 일도 기억 못했다. 그에게는 청소와 같은 허드렛일만 주어졌다. 그는 이런 자신에 대해 한탄했다. 그런 그에게 부처님은 오로지 걸레와 빗자루만보며 청소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주리반특은 지극정성으로 청소를 했다. 방이 깨끗해지듯 마음이 조금씩 맑아지더니 어느 날 깨달음을 얻게 됐다. 주리반특은 부처님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대중들 앞에서 법문을 하는 존경받는 수행자로 기억됐다. 이렇듯 경전 속 장애인들은 장애인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수행해 깨달음을 이룬 인욕과 지혜의 상징으로 기록됐다. 부처님은 장애를 가졌다고 내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과 관심으로 이들을 해탈로 이끌었다. 태어나는 것에 따라 귀천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따라 귀천이 나뉘는 것이라는 가르침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런 부처님의 삶이 불자들에게는 그대로 투영되지 않는 느낌이다. 신체적인 장애가 전생의 업이나 과거 잘못된 행위의 결과라며 멸시를 하거나, 전생의 죄업을 참회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불자들이 있다.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협박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서운 말들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도 인색하다. 신체적 장애가 있으면 스님이 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장애인을 배려한 사찰 또한 쉽게 찾을 수 없다.

경전에는 수없이 장애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장애는 깨달음이나 수행에 방해되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인 약점이 아닌 마음의 장애를 말하고 있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 대표적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다. 신체적 장애를 장애가 아닌 다양성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세계 최고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이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힘일 것이다.

아나율은 천안통을 얻었지만 시각장애로 불편을 겪었다. 그는 바늘에 실을 꿰기가 어렵자 동료들에게 말했다. “복을 짓고 싶은 이가 있다면 바늘에 실을 꿰어 달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처님이 나섰다. “그 공덕을 내가 짓게 해다오.” 그리고는 아나율의 옷을 기우며 말했다. “세상에서 나보다 더 행복을 열심히 찾는 이도 드물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베품이 아닌 공덕의 차원에서 바라보라는 말씀이다.

▲ 김형규 부장
4월20일은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유엔이 장애인의 날을 제정한 이후 우리나라도 이를 따르고 있다. 둘러보면 멀쩡한 신체를 지니고서도 마음에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장애인의 날이 몇일 남지 않았다. 불자라면 장애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뿌리 깊은 편견의 장애부터 걷어내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38호 / 2014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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