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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이수임 씨

기자명 법보신문

오늘도 그 애들이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그 애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마음속에서 불쑥 올라온다. 사이좋은 고라니 두 마리. 새벽기도를 갈 때마다 그 애들은 절 입구에서 날 기다린다. 그리고 내가 나타나는 순간 쏜살같이 산속으로 사라진다. 추울 땐 어떻게 사는 지 봄이면 또 볼 수 있을까. 새벽 4시 사뭇 궁금해지는 마음 추스르며 법당에 들어선다.

낯가림으로 못가던 절
불교 공부하면서 출입
매일 ‘금강경’ 독송하니
웃음바이러스 절로 퍼져

일상이 된 기도. 이렇게 어떤 절이든지 법당으로 선뜻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1년에 몇 번 정도 절에 다니던 예전엔 절에 선뜻 들어갈 수 없었다. 일주문 앞에서 머뭇머뭇 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돌아선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색했다. 내 집 아닌 곳에 왔다는 낯설음에 수차례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서 ‘또 절에 와야 하나’라는 망설임 섞인 고민도 자주 했다.

그러나 지금, 전국 어느 사찰을 가든 내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든다. 부처님을 참배하고 지장전, 산신각 등 어디든 망설임 없이 들어가 참배했다. 몇 년 전 어느 스님에게 ‘보살 불교 공부 좀 하시지요’라는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불교공부가 왜 필요하지? 절에만 열심히 다니고 기도만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미련한 생각에 갇혀있었다. 그러면서도 ‘금강경’ 기도를 권하기에 ‘금강경’ 독송을 띄엄띄엄 하게 됐다. 인연은 부산불교교육원으로 이어졌고, 불교공부를 시작했다.

초발심도 없이 그냥 시작했다. 기초교리가 6개월이니 딱 그만큼만 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6개월만 하겠다는 공부가 6년이 훨씬 지나 10여년이 다 돼간다. 이젠 좀 알만 할 때도 됐다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불교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금강경’ 독송을 처음엔 2~3일에 한 번씩, 혹은 마음이 심란하고 소란스러울 때 했던 것이 이젠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새벽마다 독송한다. 하루를 그렇게 시작하고, 주위 지인이 돌아가시면 ‘금강경’ 사경을 해서 올리기도 한다.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서로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도 ‘금강경’ 독송을 하고 나서부터는 어느새 시나브로 없어졌다. 많이 힘들었을 땐 한 번도 뵙지 못한 시어머니께서 꿈속에 나타나 내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더 놀라운 일은 아들과 딸이 중고등학교와 사춘기를 지나올 시점에도 매일같이 ‘금강경’을 읽고 쓰고 했던 것이다. 엄마가 매일 경전을 펴놓고 읽고 쓰니 사춘기라 한참 예민했을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느끼는 게 많았나보다. 큰 사고 없이 엄마, 아빠 곁에 있어줬다.

그렇게 독경과 사경을 반복하는 사이 ‘금강경’은 어느새 삶의 지침서가 되어버렸다. 불안한 마음과 의심스런 마음과 속상했던 일들이 마음에서 불쑥 솟아오를 때마다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이란 생각을 하며 털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자연 나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차라리 나를 되돌아보게 됐고,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 쉽게 화가 나는 일이 잦아들었다. 그저 내가 웃으면 모두가 웃었다. 다 ‘금강경’ 독송과 불교공부를 같이 한 결과가 아닐까.

▲ (관음심·49)
아직 모르는 게 더 많다. 그래도 불교를 조금이라도 배운 덕분에 어느 사찰이든지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게 됐다. 우리 몸은 법을 담는 법기(法器)라고들 말한다. 수박 겉핥기 수준인 불교공부라 언제 수박 속 알맹이를 법기에 다 담을 수 있을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1238호 / 2014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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