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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하느님

경전에는 많은 천신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절대자, 창조자로 군림하는 신이 있는데, 바로 브라흐마(Brahma, 전재성 선생님은 이를 ‘하느님’으로 번역한다. 필자도 이 표현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것 같아 그대로 사용한다.)이다. 바라문교에서는 우주의 창조자라는 위치를 갖지만, 불교에서는 수많은 신들 가운데 하나로 본다. 그리고 경전에서 그 브라흐마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불법을 수호하고, 수행자를 외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신들 중의 신(God of gods)의 위상을 갖고 설해진 경우도 종종 본다.

부모님이 하느님이요
천신과 동시에 성현
시대따라 가치 변해도
부모사랑 변치 말아야

‘이띠붓따까’에 부모님을 이러한 절대적 권위를 지닌 신에 비유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자신의 집에서 부모가 자식들로부터 존경받는 그 가정은 하느님들과 함께 하는 가정이다. 비구들이여, 자신의 집에서 부모가 자식들로부터 존경받는 그 가정은 옛 천신들과 함께 하는 가정이다. 비구들이여, 자신의 집에서 부모가 자식들로부터 존경받는 그 가정은 옛 스승들과 함께 하는 가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부모가 자식들로부터 존경받는 그 가정은 공양 받을만한 님과 함께 하는 가정이다.

비구들이여, 하느님들이란 부모를 지칭하는 것이다. 옛 천신들도 부모를 지칭하며, 옛 스승들도, 공양 받을만한 님들도 부모를 지칭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식들을 크게 돕는 자, 보호하는 자, 양육하는 자, 보여주는 자이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불시잡변(佛氏雜辨)’이란 책을 통해 불교를 여러 측면에서 비판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륜을 저버린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보면, “부자와 같은 지친(至親)이나 군신과 같은 지경(至敬)에 대해서 반드시 관계를 끊고 떠나고자 하니, 과연 이는 무슨 뜻인가?”이다. 말하자면, 유가에서 말하는 인륜을 저버린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 경전은 부모님을 절대자인 하느님과 천신 그리고 옛 성현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부모님이 곧 하느님이고, 공자님이란 의미이다. 그렇게 공경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이란 것이다. 여기에 어찌 인륜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가능하겠는가. 출가라고 하는 행위는 유가적 세계관에서 보면, 이질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붓다의 가르침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하나의 측면만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정도전이 강조하는 ‘군자의 도리’는 아닐 것이다.

부처님은 부모님이 곧 하느님이며, 천신들이며, 성현과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하느님을 대하듯 우러러 보며, 천신들을 대하듯 공경하고, 성현을 뵙듯이 받들어 공양하고 모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님이란 자식들을 온갖 위험과 해로운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존재이며,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양육하는 존재이며, 자식을 위해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 사이의 인륜의 가치도 변한다. 하지만 변해서는 안 될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식이 부모를 버리거나 학대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경우도 본다. 그 대부분의 이유가 ‘돈’ 때문에 벌어진다. 돈의 가치가 부모와 자식간의 가치를 뛰어넘는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보다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부모님의 사랑을 화폐의 가치로 환산하려고 하면, 하느님과 같이 크신 사랑이 종잇조각보다 못하게 되지 않겠는가. 부모님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감사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마음에 숨어 있는 ‘욕심’을 살펴야 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9호 / 2014년 4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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