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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배 교수님 49재 헌시

기자명 박상준

3월28일 금요일 약수동에 있는 약수법사에서 정충모 법사님의 집전으로 입적하신 목정배 선생님의 49재가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약수법사 입구의 계단을 오르니 지장보살님 옆에 피어있는 홍매 한그루가 고인께서 맞아 주시는 듯 환하게 피어있다.
49재 참석차 오신 권기종 선생님께서 ‘시향만리’를 잘 읽고 있노라고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주셨다. 감사의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함께 올라온다. 자연스럽게 더욱 분발할 일이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49재의 절차를 마치고 “가족 대표분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하는 정충모 법사님의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스승 떠나보내는 그곳에
활짝 피어난 홍매 한그루
고인께서 맞아 주시는 듯
생기있고 환하게 피었네

“목정배 선생님의 장녀 목선경입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와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눈물샘으로 흘러가지 않게 조절하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저 솜씨는 틀림없이 부친의 내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리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법회를 뛰어다니느라 주말마저 가족과 함께 보낼 여가가 없으셨을 선생님.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버지 없는 딸과 남편 없는 아내로 보낸 시간이 많습니다.”

하긴 병원 침대에 누워계시다가도 약속되어있는 학술세미나에 가셔서 사자후를 하신 분 아니던가.

“2012년부터 편찮아지셨는데 그때부터 한 순간도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않고 아버님 곁을 지키신 우리 어머니 반야심 보살님.”

하마터면 필자의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뻔 했다. 법당 뒤쪽에 앉아있는 바람에 몇 줄 저 앞쪽에서 눈물이 글썽글썽해지신 김형중 법사님께는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호두나무 이야기. 두차례의 경주여행. 문수보살님을 친견하러 들르신 오대산 상원사 이야기. 서너줄 앞 쪽에 이재형 기자님도 경건하게 앉아있다.

“돌아가실 때 말없이 제 손을 꽉 잡으셨습니다. 너무나 따뜻했고 너무나 힘찼습니다. 그날의 온기를 오늘 49재에 참석하신 분들께 회향해드립니다.”

선생님의 장녀분은 말을 이어가면서 음성은 점점 눈물을 머금고 있었지만 눈빛은 점점 의연해진다.

“꿈을 꾸었습니다. 계단 저 위쪽에 부처님이 계시고 아버님께서 환한 미소를 띄우시면서 계단 위로 올라가셨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두 팔을 활짝 벌려 당신의 제자를 반갑게 안아주셨을 겁니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앞쪽 자리에 앉아계시는 사모님과 아드님 내외분과 사위분과 손자손녀들의 어깨와 등에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약수법사 보살님들께서 정성껏 마련한 공양을 여성의 이름 같지만 비분강개와 대장부의 기상을 함께 갖추고 계신 이정희 선생님과 함께 했다.

약수법사를 나와 지하철로 가는 길. 완연한 봄날씨를 넘어가고 있다. 어찌해 볼 수 없는 허허로움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하는 생각이 같이 올라온다. 지난겨울 선생님께서 필자에게 약수법사에서 ‘금강경오가해’ 강의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건강이 좀 좋아지셨을 때 “선생님. 3월부터는 선생님께서 직접 강의하시지요”하고 말씀드렸더니 “한 달에 한 번은 내가 하지”하고 대답하셨다. 그리고는 열반대법문을 내리셨다.

선생님. 저 그렁그렁한 눈물 속에서 의연하게 빛나고 있는 가족들의 눈빛이 보이시지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화합정진하고 있는 약수법사 가족들도 굽어보고 계시지요. 부족하나마 제가 직접 시 한 수 올리겠습니다.

學行藝樂無別事 (학행예악무별사)
盡爲世諦傳法行 (진위세제전법행)
大笑破顔今何在 (대소파안금하재)
一枝紅梅藥水生 (일지홍매약수생)

일평생의 학문과 수행과 예술과 음악이 다른 일 아니었으니 / 모두가 세제불교 전법행이시었네 / 파안대소하시는 모습 지금 어느 곳에 계시는가 / 한그루 홍매로 약수법사에 피어나셨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39호 / 2014년 4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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