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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반려자

기자명 이필원

사람의 특징을 나타내는 많은 표현 가운데, 사회성에 초점을 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란 표현이다. 이 말은 인간은 독자적, 유일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갈애를 반려자 삼으면
욕망의 노예를 만들뿐
바른 생각 키워낸다면
끌려가지 않을 수 있어

우리의 일상을 보면 소통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사람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건을 사던,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식당에 가서 밥을 먹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던 나의 생각과 감정을 소통하지는 않지만, 나의 삶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그 중에서 특히나 나의 생각과 감정을 토로하며 위로 받고, 위로해주는 사람을 반려자(동반자)라고 한다. 불교용어로 말한다면, 도반(道伴)이 될 것이다. 물리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해도, 정신적 의지가 되는 사람이 진정한 반려자일 것이다. 몸은 붙어 있으나, 생각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해 있다면, 같이 사는 사람일 뿐 반려자라고 하지 않는다.

이렇듯 늘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의지처가 되는 반려자의 이미지를 ‘이띠붓따까’에서는 갈애에 빗대어 표현한다. 내용은 이러하다.

“갈애(taṇhā)를 반려자(dutiyo)로 삼은 사람은 오랜 시간동안 윤회한다. 이 세상의 존재, 저 세상의 존재로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경전에서는 반려자의 의미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여, 갈애의 이미지를 확연히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끼고 의지했던 것이 사실은 나를 욕망의 노예로 만들고, 길고 긴 고통의 바다에서 괴로워하게 한 원인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연기의 가르침 중에는 무명으로 시작하는 12연기 외에도 다양한 형식의 연기가 설해져 있다. 그 가운데는 갈애를 그 시작점으로 하여 생사의 괴로움으로 이루어진 연기의 가르침도 있다. 그만큼 갈애는 무명과 더불어 고통을 야기하는 가장 강력한 번뇌로 언급된다. 탐진치(貪瞋癡) 삼독 가운데 탐(rāga)은 갈애의 다른 표현이며, 치는 무명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괴롭게 하는 그 ‘갈애’를 반려자로 맞아 늘 의지하며 살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를 달리 표현하면, 원수를 친구로, 도둑을 잃어버린 아들로 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보다 더 한 반전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갈애의 품’을 따로 두어, 갈애의 특징과 그것이 어떠한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갈애의 뿌리를 파내고 그 경향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쾌락에 속박되어 악마에게 사로잡혀 기나 긴 고통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갈애는 바른 눈을 가려 뒤바뀐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저런 삿된 생각에 날 가는 줄 모르게 되며, 탐욕에 물든 자신을 자랑스럽게 보고, 집착을 사랑으로 여기며, 인색함을 자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 고통을 받게 되는 강력한 원인을 깊이 심게 되는 것이다.

갈애는 늘 바깥 대상을 갈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욕구가 충족되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여 그칠 줄 모르게 한다. 그래서 정말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 만치 먼 길을 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까이 하고, 그 내용을 숙고하여 바른 생각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갈애의 작용을 바르게 보고, 그것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0호 / 2014년 4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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