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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벌

기자명 이필원

벌(bhamara)은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부지런히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는 것을 보면, ‘참, 열심히 산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경전에서도 벌을 통해 부처님께서 재가자들을 위해 가르침을 주신 내용이 나온다. 열심히 일하여 재산을 불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소유를 말하는 불교에서 어찌 재산을 모으라고 가르칠까?’라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무소유란 사실 집착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것도 갖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그것은 또 하나의 극단이다. 수행자에게 무소유를 유난히 강조하는 것 역시, 집착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소유보다는 소욕지족(少欲知足)하라는 가르침이 경전에서는 더 많이 나온다. 만족할 줄 아는 자에게 재물을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만족할 줄 모르고, 재물에 굶주려 있는 사람에게만 커다란 장애가 될 뿐이다.

벌같이 열심히 일하되
집착 말고 ‘소욕지족’
적절히 사용하는 이가
행복한 삶 살 수 있어

부처님께서는 재가자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직업이나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취하는 것을 제외하고, 바른 방법으로 부지런히 일하여 부를 축적할 것을 가르치신다. 그 내용을 디가니까야에서도 전하고 있다.

“벌들이 움직이듯이 부지런히 재물을 모으면, 개미집이 쌓아올려지듯 재물이 모여 쌓아집니다. 이처럼 재물을 모아서 재가자는 가문에 유익하게 사용합니다. … 재물은 네 등분으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는 재화를 즐기고, 둘은 일에 사용하고, 넷은 저축을 해야 합니다. 여러 재난에 준비해야 합니다.”(DN III, Siṅgalakovādasutta)

부처님께서는 재산을 4등분해서 사용할 것을 권한다. 하나는 모은 재산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것을 ‘재화를 즐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가족은 물론 보시와 남을 도와주는 자선과 같은 행위도 포함된다. 그리고 위에서 ‘둘은’이란 둘째와 셋째를 말하는 것으로, 주석서에 따르면 ‘농사와 상업’에 사용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저축을 하여 여러 재난에  대비해야함을 주문하고 있다.

요즘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우리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삶을 영위하는데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화가 소요된다. 그렇기에 재화의 의미와 그 기능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재산을 모으기만 할 뿐,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벌처럼 일을 열심히 하여, 많은 재산을 모을지는 모르지만, 가족과 함께 그 부를 사용할 줄 모르고, 나눌 줄 모르게 된다. 그저 재산을 모으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 버려, 돈 버는 기계, 노예가 된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 하나로 재화를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할 것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재화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2/4는 적절하게 재산을 재투자하여, 일을 하라는 것이다. 옛날이야 농업과 상업이 가장 대표적이니 주석서에서 이 두 가지를 언급했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어느 하나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분산하여 일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1/4은 반드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여 저축을 하라는 것이다. 저축, 보험, 연금 등의 방법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산을 활용하게 되면, 우리는 그 재산을 통해 보다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벌과 같이 열심히 일하되,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을 부처님께서는 말씀하고 계신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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