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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몸에 대한 알아차림

기자명 인경 스님

앎 훈련 속 몸은 매우 유용한 명상수련 주제

몸이란 무엇인지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예를 들면 몸이란 욕망의 상징이고 본능과 동일시된다. 이런 입장은 자주 종교적인 영역에서 발견된다. 한편 철학의 인식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몸은 세계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세상을 경험한다는 말은 바로 몸에 의한 체험이다. 체험은 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실제로 산다는 것은 몸이 있기에 가능한 사건이 아닌가 한다.

명상수행에서는 몸을 어떻게 볼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초기불교의 관점인데, 몸은 알아차림 명상의 대상이 된다. 몸은 관찰의 대상이다. 두 번째는 조사선에서 강조한 부분이다. 몸은 자체로 진리의 실현이고, 삶의 진실을 드러냄이다. 몸은 욕망이 아니라, 진리의 상징이 된다. 밥 먹고 설거지하는 일이 그대로 진리다.

호흡에는 분명한 앎이 뒤따라
이는 오직 인간 고유의 방식
몸의 관찰은 자각의 힘 키워
내적 여유·숨 쉴 공간 마련해

여기서는 초기불교 특히 ‘염처경’에서 말하는 명상수행의 대상으로서 몸을 말하고자 한다. 여기서 몸은 순수하게 몸 그 자체일 뿐이지, 다른 부가적인 가치를 첨부하지 않는다. 몸을 갈망으로 보는 경우에서, 명상수행에서는 몸과 갈망을 구별한다. 이들은 동일한 영역이 아니다. 갈망은 마음의 영역이다. 몸은 단순하게 단지 몸 그 자체이다. 몸이 여기에 있다고 하는 알아차림,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지 이것뿐이다. 심리학적으로도 몸은 느낌과 구별되고, 생각과도 동일시할 수가 없다.

‘염처경’에서 말하는 몸은 평생을 함께 하는 몸을 유지하는 호흡, 지수화풍처럼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 앉고 서고 구부리는 몸의 자세, 팔과 다리와 같은 몸의 부분들, 죽어서 썩어가는 시체, 기타 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을 포괄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종류의 몸을 관찰하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이 다른 사회적인 목표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명상수행에서 몸을 ‘단지 여기에 몸이 몸으로서 존재한다.’는 알아차림이 현존하는 한에서 마음의 평화와 지혜가 그곳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다른 가치를 여기에 첨가시킨다. 이런 첨가물로 물들어진 우리는 몸을 그 자체로 순수하게 관찰할 수 없다.

알아차림(sati)이 ‘현재의 경험에 대해서 판단 없는 자각’으로 정의할 때, 대상으로 존재하는 그대로 알아차려 관찰한다는 의미다. 이것을 호흡의 관찰에 적용하면, 숨이 들어올 때 단지 들어오는 것만 존재하고, 숨이 나갈 때는 나감만 존재한다고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것이 요점이다. 여기에 다른 판단이나 가치를 부과하지 않는다. 호흡의 상태를 존재하는 그대로 인식할 뿐이지, 별도의 어떤 선악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호흡명상의 요점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호흡의 빠르고 느림, 부드럽고 거칠름, 들숨과 날숨의 과정에 대한 분명한 앎(pajanati)이 뒤따른다. 여기서 분명한 앎으로 번역된 빠자나띠(pajanati)는 삼빠잔나(sampajāna)와 동의어이다. 빠자나띠가 동사라면 삼빠자나는 명상이다. 분명한 앎은 경험에 대한 자각으로서 알아차림, 사띠에 기반해 이차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사띠가 개별적인 대상에 대한 자각이라면, 삼빠자나는 사물의 전체적인 통찰과 연결되는 분명한 앎이다. 분명한 앎은 오직 인간의 고유한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삼빠자나는 기억이나 언어에 기초한 상위적인 인식이라고 그 성격을 정의할 수 있다.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하는데, 이는 ‘아는 것을 아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일차적인 자극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차적인 상상과 계속적인 생각, 판단에 비롯된다. 이런 상처나 스트레스에 대한 판단중지는 내담자에게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일단 호흡에 집중하게 되면 이런 판단에서 보다 자유롭게 된다. 이렇게 몸에 대한 관찰훈련은 자각의 힘을 키운다. 내담자들은 대부분 힘든 내적인 혼란과 고통으로 정신적인 상태가 매우 몽롱한 상태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과 더불어서 분명한 앎의 훈련은 결국은 산뜻하고 내적인 여유와 숨 쉴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몸은 매우 유용한 명상수련의 주제가 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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