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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실패·사별 등 인생 아픔들 희망으로 전환해가는 감동 가득

기자명 법보신문

제1회 신행수기 공모 총평

이번 신행수기 공모전은 처음임에도 뜻밖에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불자 400여명이 지원해 주최측과 심사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나친 입시경쟁과 점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청년세대의 꽉 막힌 불안감,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치의 병마가 주는 죽음에 대한 공포, 연이은 사업 실패에 따른 극단적인 좌절감, 숙명처럼 주어진 장애를 가진 이의 고독감과 절망감 등 더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끝에서 숙연 또는 우연한 기회로 만난 불교와의 인연으로 그러한 마음을 극복하며 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수기들이었다. 또 한편 우리들의 눈을 씻게 한 것은 대부분의 수기가 이처럼 자기의 문제가 자기에게 있음을 불교적 정법으로 깨닫고 사회적으로 회향해 가는 성숙된 불교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었다.

저마다 사연 담은 공모작들
신행·감동 등 기준으로 분류
참 나 찾아가는 과정들 담겨
우열 가리는 일 쉽지 않았다

심사위원회에 넘어온 300여편을 대상으로 우열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저마다 한 인생을 깨닫고 담은 부처님 마음을 어찌 가려서 줄을 세울 일이겠는가? 그렇다 해도 이왕 벌여놓은 일을 나름 규모 있게 거두어들여야 하기에 먼저 신행의 진정성이 짙고 참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진실하여 감동을 주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줄여나갔다. 이를 또다시 20여편 정도로 줄이고 거기서 또 10여 편을 골랐다. 우리는 그 수기들을 보리수 아래 정좌하신 부처님 상호를 떠올리며 돌려 읽는 가운데 다시 5~6편으로 줄였다.

이 가운데 ‘울타리 없는 집’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모두 ‘좋다!’하며 이의가 없이 윗자리에 두었다. ‘울타리 없는 집’은 70대 초반 노년기에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아내가 남긴 사경(寫經)의 불연(佛緣)을 10여년에 걸쳐 실천해가면서 지난날의 허물을 일상적인 삶 속에서 하나하나 참회하고 깨달아가는 과정과 담담하게 이웃으로 회향하는 모습을 담은 수기이다. 이 같은 자기 돌아보기를 통한 깨달음과 사회로의 회향의 과정을 간결한 문체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여 자연스럽게 엮어 형상화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눈과 가슴을 잡는다.

나머지 수기들 또한 저마다 겪었던 불연에 의한 참나 찾기를 자신의 색깔로 비교적 잘 드러내고 있어 우열을 나누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들 했다. ‘아, 마음, 마음이여’는 40대 여성의 참자아를 찾아가는 편력기이다. 작자는 각가지 불교에 대한 경험과 수행을 통해서 자신의 신행이 성숙해가는 모습을 정련된 문체와 차분한 어조로 담고 있는데, 심사자들은 이런 점이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10억 주고 산 부처님’은 90년대를 통과하면서 겪었던 심한 경제적 문제와 그로 인한 당혹감과 좌절감 속에서도 거기에 정면으로 적극 대처하는 한편, 자신만의 일을 꿋꿋하게 챙기며 삶을 당차게 이끌어온 50대 여성의 20년 가까이에 이르는 치열한 삶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녹여 있는 것을 보여준다.

‘작은 수첩에서 불교를 만나다’는 작자가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받은 수첩이 불연임을 알고 그것을 씨앗으로 작자가 장애자로서의 고립감을 극복하고 사회의 당당한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왔다는 수기이다. 특히 이 수기가 감동을 주는 요소는 작자가 적극적으로 불연을 지어 자신의 사회성을 확장해 가는 점과 자신의 장애를 업으로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자신의 장애를 넘어서려고 하는 점이다.

▲ 김상일 교수
이밖에 많은 수기에서 신행과정에서 겪는 일들 하나하나를 당사자들은 매우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삶을 확인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편, 한 글자 한 글자를 깊이 꼭꼭 눌러 박은 듯한 응모자들의 원고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과 아울러 이들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신앙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김상일 동국대 교수 (국문·문예창작)

 

 

[1243호 / 2014년 4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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