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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 21세기 종교역할과 상생의 길을 찾다

정치가 잘못된 길 갈 때 바로잡는 것이 종교의 역할
이웃종교 배려하고 존중할 때 국민적 화합도 가능

한국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남북 갈등은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고 있고 골 깊게 패인 지역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양극화라는 후유증을 지독하게 앓고 있다. 세대, 계층 간의 갈등에 이어 종교 간의 갈등까지 더해져 한국사회는 분열과 대립 속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법보신문은 이런 갈등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21세기 종교역할과 상생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4월15일 가톨릭 광주대교구에서 열린 대담에는 김형규 편집부장의 사회로 조계종 총무원 특보단장 정념 스님과 가톨릭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가 참여했다. 편집자

부 세습은 심각한 사회문제
나눔문화 확산이 해결방안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수준이
한 나라의 수준이며 또한 품격

사회자: 사회양극화가 심각하다. 부의 세습이 고착화되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면.

▲ 김희중 대주교
김희중 대주교: 과거 대가족 문화에서는 절대적 빈곤상황에서도 가족들이 양보하고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우리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부의 세습은 심각한 문제다. 부의 세습은 대학원생과 유치원생이 같은 출발선상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불정공한 사회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런 심각한 사회양극화는 경제적인 제도나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했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한 형제요 자녀라는 의식을 갖고 서로 돕고 나누는 문화가 확산되지 않으면 결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정념 스님: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해서는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은 연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정인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혼자만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축적된 부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와 이웃을 위해 재능을 나누고 사회공동모금을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종교단체들도 기부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 측에도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선 기업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식의 제도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사회자: 실업 등 진로문제를 두고 청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청년들의 고민을 어떻게 바로보고 있는지.

▲ 정념 스님
스님: 청년들의 고민이 깊어지면 사회적으로 어두운 그늘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고민은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교육을 받고, 동일한 스펙 쌓기에 치중한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자신만의 장점을 살린 직업을 창출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사회봉사나 해외구호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한 청년들이 직업 선택에 있어 우대 받는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도 새로운 직업관이 필요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대주교: 청년들이 의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희망은 실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데서 끝난다. 능력과 적성을 잘 살펴 목표를 정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면 반드시 길은 보인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종교적인 신념이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또 종교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을 통한 협업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한다면 다양한 진로 모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양극화 극복 위해선
기부문화 확산 주력해야

종교인연 따라 투표 말고
국민 위할 정치인 뽑아야

사회자: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문제도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다. 사회약자를 위한 종교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주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다.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의 정신은 일맥상통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배려다. 능력 있는 한 사람의 100보 보다 느리더라도 능력이 부족한 이웃들의 10보가 아름다운 사회가 돼야 한다. 경제적인 손익보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스님: 우리사회의 복지정책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종교계를 비롯한 많은 복지단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겨울철에 연탄을 배달하고 김치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조계종 사찰이 전국에 3천여 개가 넘는다. ‘한 사찰이 한 개 가정의 후원자’가 된다면 최소 3천 가정을 지원할 수 있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취업을 하고,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종교계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문제는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사회자: 이주민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적지 않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스님: 이주민이 1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그런데도 노동 현장이나 가정에서 심각한 인권 차별을 받고 있다. 정당하게 일을 하고도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있고 가정폭력으로 강제이혼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말이 서툴고 아는 사람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종교계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약한 수준이다. 이들이 비교적 쉽게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종교계에서 도와야 한다.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주 노동자들이나 결혼 이주자들을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사회에 부정적인 저항이 생기게 된다. 더디더라도 사회가 수용할 만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쌓도록 해야 한다.

대주교: 과거 우리 청년들이 외국에 간호사와 광부, 또는 어부나 건설 노동자로 파견됐다. 그랬던 우리가 과거를 잊고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 대해 야박하게 굴고 있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정부부처는 각각 4~6개 정도다. 부처 간의 이견이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주민청과 같은 기관이 신설돼 신속히 고충을 처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민들은 우리나라와 그들이 태어났던 나라의 가교역할을 하는 훌륭한 민간외교관이라 생각해야 한다.

사회자: 6.4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종교지도자를 찾는 일이 잦아진다. 정치인들의 종교지도자 방문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대주교: 종교인들로부터 경륜과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하필이면 선거철에 방문이 잦아진다는 것이다.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만남의 기회를 만드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런 방문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스님: 표를 의식해 종교계 현안해결을 약속하는 것은 결국 정교유착의 폐해를 부추긴다. 개인의 정치적 지원을 요구하거나 종교를 선거로 이용하기 위한 방문은 근절돼야 한다. 종교계도 특정 후보가 어떤 종교를 가졌는가를 따져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는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연 학연에 종교인연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정부기관 국기문란 사건에 종교인이 나서는 것은 당연
프란시스코 교황님의 방한은 남북 화해 징검다리 될 것

권력과 야합한 종교는 부패…국민 보호가 종교인 소명
남북관계는 긴 안목이 필요…종교가 화쟁 주역이 돼야

사회자: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지만 종교계가 정치인들에게 민심을 알리고, 바른 정치를 하도록 권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종교와 정치의 바른 관계 설정은 어디까지라고 보는지.

스님: 정치가 잘못된 길을 갈 때 민의를 전달하고 바로잡는 것이 종교의 몫이다. 다만 종교계도 어느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종교의 본래 목적이 사람들을 행복하고 평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받는 불행한 상황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국민을 위해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대주교: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정치적인 존재라는 의미다. 종교와 정치는 고유한 사명과 역할이 있다. 그럼에도 종교와 정치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물론 종교가 사안마다 간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정책의 윤리성이나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침해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려야 하고 필요하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회자: 1970~80년대 사회민주화를 이루는 데 종교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런 노력들이 모여 형식적 민주주의를 완성해 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가권력 기관의 대선개입과 간첩조작 사건 등 인권을 침해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주교: 국가권력 기관의 대선개입과 간첩조작 사건 등 인권을 침해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초헌법적인 국기 문란행위다. 이러한 일에 종교인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불행한 시대일 수밖에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또 다시 1970년대와 같은 혼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져서 사실 규명을 하려는 것 같다. 언론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공정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찌됐든 종교인들은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스님: 국가기관이 사회정의에 반하는 일들을 계속한다면 우리 사회는 다시 구조적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종교계가 1970~80년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앞장 선 것은 이념을 떠나 독재 권력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는 국민의 인권보호와 민주화를 위해서였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시 종교인들의 소명이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그런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가가 절대 권력을 갖고 국민들을 강압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종교는 항상 국민의 편이어야 하고 약자를 돌봐야 한다. 권력과 야합한 종교는 부패했고, 민초들과 아픔을 같이 했던 종교가 결국 살아남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자: 가톨릭은 시국미사를 통해 국가권력의 부당한 선거개입에 강력히 항의했다. 불교계도 스님들이 시국법회를 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종교의 정치 간섭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주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인 사목헌장에는 교회가 국가 권력이 제공하는 특권에 희망을 걸지 말아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교회가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민족의 중흥과 국태민안을 위한 종교인들이 행동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언하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스님: 종교가 자신의 종교적 이해관계를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다. 심각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대변한 것이다. 권력을 잘못 사용한 국가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로 봐야한다. 불교적으로 파사현정의 정신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종교계는 국가의 잘못된 시책, 즉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고 종교계의 역할이다.

사회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부는 듯하더니, 다시 무력행사에 이어 설전을 벌이며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남북이 평화와 공존으로 가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스님: 남북관계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특정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일희일비할게 아니라 공존과 상생이라는 마음을 바탕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로만 통일을 외치면 어떻게 화해가 이뤄질 수 있겠나. 통일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불교에는 화쟁(和諍)이라는 사상이 있다. 논쟁을 화해시키는 것인데 모든 논쟁은 상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대화가 중요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교가 바로 화쟁의 주역이 돼야한다. 남북이 하루빨리 다툼을 그쳐야 한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이익에 끌려가지 않고 한반도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갈 수 있는 토대도 생길 수 있다.

대주교: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진솔해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자존심이 민족의 화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인간관계에서 형편이 나은 사람이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순리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사회자: 남북 종교계가 민간교류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주교: 이제까지 실행했던 인도적인 지원 교류관계를 꾸준히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물자를 지원하는 것에 국한되지 말고 남북의 화해가 미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이 필요하면 교육을 하고 토론도 해야 한다.

스님: 종교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한 발 물러나 있어야 한다. 다만 종교적 관점에서 북측의 기아돕기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 남북 종교간 교류는 화해의 물꼬를 트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남북 경색에 숨통을 열었던 것도 종교계였다. 종교를 포함한 민간의 교류가 어떤 상황에서도 끊어지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회자: 남북의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대주교: 종교인들의 대북지원교류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스님: 정부는 남북관계 문제를 정치적인 부분과 민간교류 부분으로 구분해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되, 민간교류는 이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민간교류에 대한 제한이 너무 많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 남북 민간교류에 대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정책적인 판단으로 민간교류까지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종교계가 화해의 가교역할을 하도록 지켜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사회자: 일부 종교에서 다른 종교를 폄하하는 행위들이 많아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종교 간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공존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스님: 한국불교와 한국가톨릭은 상호존중을 통해 오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종교간 협력의 바람직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주교님은 부처님오신날 때마다 사찰을 찾아 종교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것은 상대 종교에 대한 존중이다. 불교계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성당을 찾아 예수님 탄신일을 축하하고 있다. 상호간에 이런 교류가 계속 이어진다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협력할 마음도 생기게 된다. 자주 만나고 서로 이야기하면 갈등은 절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대주교: 우리는 서로를 이웃종교라고 표현한다. 다름이 꼭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도 아름답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웃 종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르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웃종교를 폄하하는 일부 교단의 태도를 국민들은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배타적인 태도를 자기 종교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종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회자: 올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위주의를 탈피한 소탈한 성품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회약자를 위한 파격적인 행보로도 존경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주교: 교황님은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해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고자 한다. 아시아 대륙의 미래 주인공이 될 청년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할 것이다. 조선시대에 신앙 때문에 순교하신 분들을 위한 시복식도 거행한다. 세속화로 물질적인 부와 권력이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표명해 오셨다. 어떤 형태로든지 남북 화해와 평화공존에 획기적인 징검다리를 놓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

스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스스로 권위를 버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대중에게 사랑을 전하고 계신 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종교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이번 방한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고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243호 / 2014년 4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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