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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조련사

인간은 다양한 동물을 길들여 키워왔다. 말이나 소와 같은 동물은 교통이나 운반을 목적으로, 개와 같은 동물은 애완동물로써 혹은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목적으로 길들여 왔다. 그런데 길들인다는 표현을 조금만 고쳐 보면, 사람도 역시 길들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비판적 입장제시 가능한
자유로운 사회형성 위해
바른 눈 갖도록 이끄는
덕성 갖춘 통치자 필요

빨리어에서 ‘길들인다’라는 표현은 담마(damma)이다. 이 단어는 담마띠(dammati)라는 동사의 의무분사형태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길들여져야 하는’이란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이 의미는 ‘가르쳐 이끌다’라는 의미라고 주석서에서는 설명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간 역시 길들여진 존재이다. 다양한 관습과 학습을 통해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길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의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기존의 관습적으로 당연시 해오던, 혹은 상식이라고 알려진 것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경우이다. 전자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공동체를 불안하게 만들어 결국엔 와해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면이 강하다.

하지만 일부 통치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것이든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들을 길들이고 싶을 것이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나타남을 역사는 보여준다. 따라서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과 견해를 제시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한 통치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이러한 길들이는 사람을 우리는 조련사라고 표현한다. 대부분 조련사란 동물을 길들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데, 이 조련사를 부처님의 덕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10대 명호 가운데 하나인, ‘조어장부(purisadammasārathī)’이다. 경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행하는 스승들 가운데 그는 위없는, 사람을 길들이는 스승이라 불린다.’고 불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비구들이여, 코끼리 조련사에 의해서 훈련된 코끼리는 달리더라도 한 방향, 동쪽이나 서쪽이나 북쪽이나 남쪽으로 달린다. … 비구들이여, 여래, 아라한, 정등각자에 의해 가르쳐진 사람은 달리더라도 여덟 방향으로 달린다.”(MN.II, Saḷāyatanavibhaṅgasutta中)

여덟 방향이란 팔정도를 말한다. 즉 사람들을 가르쳐 여덟 가지 바른 정도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팔정도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편협되고 독선적인 사고방식을 고집하지 않으며, 욕망에 사로잡혀 그의 노예로 살지 않는다. 그리고 폭력과 향락,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을, 나아가 생명을 해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사람을 길들인다는 것은 바른 눈을 갖추도록 이끌고 가르친다는 의미이지, 맹신으로 이끄는 것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부처님에 의해 잘 길들여진 사람은 버려야할 것과 취해야 할 것, 올바른 것과 올바르지 못한 것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다른 경전(MN I, Vatthūpamasutta)에서는 ‘부정한 탐욕, 악의, 격분, 질투, 인색, 거짓, 기만, 고집, 선입견, 자만, 오만, 교만, 게으름’ 등을 마음의 더러움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러한 더럽고 불건전한 마음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를 잘 설하고 계시기 때문에 조어장부, 즉 사람들을 잘 길들여 이끄는 분이라는 내용으로도 설명되고 있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5호 / 2014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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