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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느낌발생의 과정-2

기자명 인경 스님

우리네 삶은 느낌서 비롯된 애증 변주곡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느낌이다. 우리가 산다고 하는 일은 바로 느낌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느낌에 대한 애착과
격렬한 저항이 우리 삶 모습
진정한 나 이해코자 한다면
느낌 이해·탐색이 출발점

느낌발생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

첫째는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점인데, 느낌은 외적인 자극에 의해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자극이 없으면 느낌이 없고, 이때 의식은 접촉된 자극을 구성한다고 설명을 한다. 이런 관점은 외적 자극에 초점을 맞추어진 해석이다. 이때 느낌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은 대상과 환경에 따라서 삶의 질과 그 느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여 준다.

둘째는 느낌은 외적인 자극보다는 의식에 의해서 구성되고, 느낌은 의식의 구체적으로 출현으로 보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자극보다는 내적인 의식의 선택이 강조된 해석이다. 동일한 자극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여 준다. 동일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느낌과 해석을 하는 것은 각자의 의식이 자극을 수용하고 구성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의 두 관점을 모두 인정한다. 대체로 불교 심리학에서 느낌 발생을 삼사화합촉(三事和合觸)으로 설명한다. 느낌발생에 관여하는 요소는 의식, 대상, 몸의 감각기관 세 가지이다. 이들은 상호작용하면서 느낌발생에 관여한다. 이것을 필자는 느낌 발생의 삼각형이라고 부른다.

의식 ↔ 대상 ↔ 몸 ↔ 의식

먼저 몸의 감각기관에 의해서 외적인 자극이 오면, 의식은 이것을 수용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새롭게 그것을 구성한다. 이렇게 하여 구성된 내용이 바로 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차를 마시면서 코로 레몬향기의 자극을 받게 되면, 의식은 그 냄새의 자극을 수용하여 ‘이 레몬향기 참 좋구나.’ 외적인 자극을 내면화시켜서 대상화시킨다. 내면화된 대상은 접촉을 만들고, 몸에 기분 좋은 느낌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레몬의 향기를 맡는 순간에 엄마의 향기를 느낀다. 깊게 의식에 저장된 기억이 작동되어 레몬향기를 새롭게 선택적이고 능동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반성하여 보면, 외적인 자극이 엄마를 생각나게 한 것이 아니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레몬향기를 찾게 했다고 본다. 잠재된 의식이 외적인 자극으로서 대상을 만들어내고, 그 대상의 출현이 몸에 반을 불러일으킨 경우이다.

외적 자극으로서 대상이 인식되었거나 아니면 유기체의 내적인 요구에 의해서 대상이 구성되었거나 여기에는 모두 의식이 관여한다. 의식은 외적인 대상을 인식하기도 하고, 반대로 의식은 자극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일단 의식이 대상을 구성하면, 반드시 몸에 의해서 생리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몸의 반응은 다시 의식을 활성화시킨다. 전자는 표층적인 수준이라면, 후자는 심층적 수준에서 일어난다. 전자가 자극의 입력(Input)이라면, 후자는 정보의 출력(Output)이다.

이렇게 몸, 의식, 대상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상의 삶에서 느낌을 만들어내는 삼각편대를 이룬다. 의식은 대상을 구성하고, 구성된 대상은 다시 몸에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몸의 반응은 의식을 더욱 활성화시킨다. 느낌은 애착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애착은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을 낳고, 두려움은 대상으로부터의 회피를 만들어낸다.

우리의 삶이란 따지고 보면, 느낌에서 비롯된 애증의 변주곡이다. 달콤한 느낌에 대한 끊임없는 애착과 고통스런 느낌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삶을 이해하고자 하면, 우선적으로 느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탐색하는 것이 중요한 그 출발점이 아닌가 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47호 / 2014년 6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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