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우 씻은 물은 ‘천수물’ 아닌 ‘절수’

  • 기고
  • 입력 2014.06.09 15:30
  • 댓글 0

기고 - 윤창화 민족사 대표

불교학자인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최근 사찰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 ‘천수물’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하는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우리나라에서는 공양 후 발우를 씻은 물, 즉 세발수(洗鉢水)를 ‘천수물’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어떤 문헌에도 ‘천수물’ 없어
근래 한국서 등장한 신조어
淸水도 淨水의 잘못된 표현

많은 선 문헌에는 처음 어시 발우(가장 큰 발우)에 받는 물을 정수(淨水)라고 하고, 공양 후 발우를 씻은 물인 세발수(洗鉢水)를 ‘절수(折水)’ ‘절발수(折鉢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세발수를 수거하는 물통을 ‘절수기(折水器)’ ‘절수통(折水桶)’이라고 한다.

세발수를 ‘절수’ ‘절발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세발수 상층부분의 반절은 버리고, 하층부분의 반절은 밥 티나 고춧가루 등이 남아 있으므로 버리지 않고 마셨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나라도 같다. 밥풀 하나 고춧가루 하나도 시주물이고 또 아귀가 마시면 목에 걸려서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절반(折半)을 중심으로 나누었기 때문에 세발수를 ‘절수’ ‘절발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받는 물은 청수(淸水)라고 하고 있고(이것은 淨水의 와전임), 세발한 물은 ‘천수물’이라 하고, 세발한 물을 수거해 버리는 통을 ‘천수통’이라고 하는데, 장로종색의 ‘선원청규’와 동양덕휘의 ‘칙수백장청규’ 그리고 ‘선림상기전’ 등 선문헌 그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또 세발수를 ‘퇴수물’이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이 역시 청규에는 없는 말이다. 천수물, 천수통은 절수와 절수통의 와전이 아니면 분명 근래 우리나라에서 생긴 용어일 것이다. 발우의 비속어가 ‘바리때’ ‘바루때’인데도 마치 아어(雅語)처럼 사용해 오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본다면 이 역시 그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절수’를 천수물이라고 서술한 곳은 운허 스님의 ‘불교사전’(1961년) ‘천수수(千手水)’ 항목이다. 그곳에는 “천수주의 신력으로 물이 감로수와 같이 되어 아귀에게 주어서 그들이 받아 마셔도, 그것이 불로 변하여 고통을 받는 일이 없이 능히 배고프고 목마름을 면하게 할 수 있으므로 천수물이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아마 당시 전해오는 야담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술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이 ‘불교사전’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김천 청암사 큰방 천장에는 천수다라니를 붙여 놓고 그 밑에 천수물 동이를 놓고 확인한 다음 버린다고 한다. 필자가 확인한 결과 예전부터 내려오던 것은 아니고 근래 10년 사이에 시작했다고 한다.

거듭 설명하지만 장로종색의 ‘선원청규’(1103년)나 선학사전 등 선문헌 그 어디에도 세발한 물을 ‘천수물’이라고 하고, 그 물통을 ‘천수통’이라고 서술한 곳은 없다. 그리고 청규 그 어디에도 발우공양을 하는 큰방 천장에 천수다라니를 그려 놓고 그곳에 천수물 동이를 비추어서 깨끗한 정도를 확인한 후 버린다고 서술한 곳도 없다.

[1248호 / 2014년 6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