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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의 약진과 친일

6·4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6·4지방선거의 최대 이변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평무사해야 할 교육에 진보와 보수가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 숭고한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현 정부에 반대하면 진보고, 정부에 순응하면 보수다. 국민도 정부에 거슬리면 종북이고 좌파고, 빨갱이 딱지가 붙는 세상이니 진보교육감의 약진은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의 준엄한 경고일 것이다.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은 당선과 동시에 유아교육 공교육화, 혁신학교 확대,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를 공약했다.

이들 공약에서 무엇보다 친일독재교과서 반대에 눈길이 간다.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가 국민적 이슈가 될 만큼 지금의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친일미화 인사 등용 도 넘어

매국노 처벌 못한 역사 과보
바른 역사 교육은 우리 의무

이명박 정부 때도 친일인사들이 문제가 되긴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 친일미화는 고위공직자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겨질 정도로 심각하다. 친일인사들의 약진은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임명으로부터 촉발됐다. 유 위원장은 우리나라를 기독교 국가로 만든 것이 이승만의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일제가 우리의 근대화에 기여했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했다는 막말도 늘어놓았다. 교과부에서는 일본 내 극우파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지독한 친일사관에 찌든, 그것도 인터넷 짜깁기 논란까지 휩싸인 교학사판 국사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강요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에 내정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일제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은 하나님의 뜻이고 우리민족은 게으르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DNA를 가졌다.” 이것이 이 나라 총리후보의 발언이다. 여기저기서 일본에서 총리후보를 지명한 것 아니냐는 비웃음이 들린다. 사퇴촉구가 빗발치고 있다.

프랑스가 독일 나치의 지배를 받은 것은 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치가 패망하자 7만 명의 나치 부역자를 처형했다. 말이나 글로 나치를 찬양했던 지식인에 대해서는 더욱 엄밀한 잣대를 들이댔다. 나라의 정신을 죽이고 오염시키는 행위가 가장 큰 죄라고 봤기 때문이다. 오늘날 프랑스 사람 누구도 나치의 지배를 미화하는 사람은 없다.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친일인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있다. 우리 역사를 모욕하고 침략국을 찬양하면서도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국민에게 미개하다 훈계하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 경고가 지금 우리 발등의 불이 됐다. 이 모든 것은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독재에 신음하며 바른 역사와 민족의 자긍심을 가르치지 못한 불행한 시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 김형규 부장
그래서 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은 작은 위안이다. 우리 아이들을 점수노예 대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제대로 된 인격체로 길러줬으면 한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민족의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숙제다. 또 그것만이 일제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요사스런 사람도 복을 만난다. 다만 그 악이 익지 않을 때까지.” 법구경의 가르침이다. 출세의 지름길을 달리고 있는 친일미화 고위공직자들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49호 / 2014년 6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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