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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보배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준 가르침일 수도 있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자신만의 추억이나 애장품일 수도, 또 정말 세상에 흔치 않은 보물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가치를 매길 수 없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고 하겠다. 어떤 것이든 소중하게 간직하고 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의미이자, 활력소가 될 것이다.

불교에서도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보배가 있다. 그것은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부처님의 가사도 아니요, 발우도 아니다. 부처님께서 사용하신 가사나 발우가 어찌 보배가 아닐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리고 오늘날 우리들에게 지정해 주신 보배가 있다. 그것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화합된 승가이다. 이것을 삼보(三寶), 즉 세 가지 보배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진정한 보배이다. 경전에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불교 최고의 보물 삼보
그중에도 ‘부처’가 최고
세상·삶 구할 참된 힘이
스스로에게 있음 알려줘

“이생과 내생의 그 어떤 재물도 우리들의 여래에 견줄만한 것은 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여래에 견줄만한 것은 없습니다. 여래에게는 이처럼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에 의해 모두 행복하여지이다.

싸끼야족의 성자가 삼매에 들어 성취한 열반의 가르침에 견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래의 가르침에는 이처럼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에 의해 모두 행복하여지이다.

참된 수행자로 칭송받는 네 쌍을 이루는 여덟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은 여래의 제자로서 공양받을 자격이 있으며 그들에게 보시하면 크나큰 과보를 받습니다. 여래의 승가에는 이처럼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에 의해 모두 행복하여지이다.”(Suttanipāta, ratanasutta에서)

이 경전은 웨살리라는 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농작물이 말라죽고, 사람들이 죽어나가 거리에 시체와 오물이 가득하고, 온갖 질병과 잡귀가 창궐하자 난국을 해결하고자 마가다국에 계신 부처님을 모셔왔을 때, 부처님께서 설해진 것이다. 부처님이 웨살리에 도착하자마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려 대지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가뭄을 일시에 해결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존자에게 웨살리의 왕자와 함께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처님의 발우에 물을 담아 뿌리면서 이 경전을 읊을 것을 당부하셨다. 아난다존자는 왕자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행하자, 도시에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잡귀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경전은 남방 상좌부 전통의 불교계에서는 재가자들이 늘 염송하는 중요한 경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들이 매일 예불문을 하듯이 일상적으로 염송하는 경전인 셈이다. 그리고 이 경전은 ‘모두 행복하여지이다’와 같이 후렴구를 지니고 있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이 경전은 또한 축원의 의미를 담고 있음도 볼 수 있다.

여하튼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은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 부처님의 출현으로 이 세상은 진정한 구원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구원자의 길을 스스로 걸을 수 있음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알게 되고,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그 길을 걷은 청정한 제자들이 생겨났으니, 이 세 가지는 그 무엇보다 훌륭한 보배임이 틀림없다. 이것은 잃어버릴 수도 없고, 누군가 훔쳐갈 수도 없는 진정한 보배인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9호 / 2014년 6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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