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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격 있나?

  • 기자칼럼
  • 입력 2014.06.19 14:29
  • 수정 2014.07.22 09:34
  • 댓글 8

[기자칼럼] 김현태 기자

네팔 출신의 티베탄 민수씨의 마음이 아리다. 민수씨는 명동 재개발로 운영하던 식당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공무를 방해했다며 벌과금 480만원을 선고받았다. 6월7일까지 내지 않으면 수배자 신분이 될 처지였다. 벌과금을 내더라도 이를 근거로 강제추방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수도 있다. 지난 15년간 한국에 살며 요새처럼 마음이 무겁고 두려운 적이 없었다.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세 아이까지 둔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도 잘 이루지 못한다.

귀화불허 추방위기 네팔인 민수씨에
“한국 법 그리 허술치 않다” 핀잔만
그리보면 용산·쌍용차 관계자도 범죄자
다른 부분이라면 대한민국 국적 유무뿐
‘동행’과 ‘나눔’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서울 종로에 티베트 식당 ‘포탈라’를 운영하고 있지만 빚을 갚기도 벅찬 형편이라 일시에 480만원을 마련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지난 5월28일 조계종 등 종교계와 외국인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벌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이리저리 경비를 제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금융권의 대출도 이미 받을 만큼 받은 상황이라 사채까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6월2일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에서 민수씨의 딱한 처지를 돕겠다며 손길을 내민 것이었다. 급하게 아내와 함께 노동위를 찾았다. 노동위를 비롯한 총무원 사회부의 따뜻한 관심과 위로에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노동위 역시 정해진 예산으로 운영되다보니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노동위의 주선으로 아름다운동행을 방문했다. 아름다운동행은 조계종이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기반으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그곳에서 사무총장 자공 스님을 만나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재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말에 민수씨 부부는 귀를 의심했다.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형이 확정됐으면 죄를 지은 것이다. 한국법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어찌 보면 자공 스님의 말은 그리 틀리지 않다. 그렇지만 스님의 말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자비와는 거리가 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그렇게 후벼 파야 했을까.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009년 취임 이후 매월 ‘아름다운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자비나눔행을 펼쳐왔다. 스님은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만나 위로했고, 수배 중인 철도노동자들을 품에 안았다.

이들 역시 현행법을 어겨 구속되고 수배됐던 사람들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부득이 범법자 신세가 됐다. 이들이 민수씨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한민국 국적의 유무뿐이다. 더욱이 네팔 출신의 티베탄이 지난 15년간 한국에 살면서 겪은 차별과 무시는 오죽했겠는가.

그동안 조계종은 무슨 이유로 법의 정당한 심판을 받은 범법자들을 만나 고통과 아픔을 나누겠다고 한 것일까. 혹여 고통과 아픔을 나누는 대상이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논란이 일자 다음날 자공 스님이 “본의가 아니었다”며 민수씨에게 사과를 하면서 이 일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자공 스님은 최근 필리핀 태풍피해 지역에 조계종의 자비나눔기금으로 건립된 초등학교 완공식 출장에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고 한다. 요지는 민수씨가 공익재단인 아름다운동행을 찾아온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 김현태 기자
민수씨는 6월20일 오전 귀화불허 취소 행정소송 첫 변론을 앞두고 있다. 자공 스님에게 묻고 싶다. 과연 아름다운동행이 지금보다 더욱 험난할 티베탄 민수씨의 앞길에 아름다운 동행이 될 것인지. ‘아름답다’와 ‘동행’이란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1249호 / 2014년 6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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