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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문과 서소문 공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14일부터 4박5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번 방한을 둘러싸고 가톨릭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교황 방한의 초청 주체가 모호하다. 초청 주체가 한국가톨릭이라지만 정부가 오히려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교황청에 친서를 보내 방한을 요청했다. 방한이 무르익자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교황방한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해 의전과 행사, 경호안전 3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방한하는 교황을 위해 대통령 전용헬기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의 방한 목적은 명확하다. 대전에서 열리는 가톨릭 아시아청년대회 참여와 가톨릭의 한국전래 과정에서 죽은 순교자의 시복식이다. 그런데 정부는 가톨릭 순교자 시복식행사 장소로 나라의 심장과 같은 광화문을 내주었다. 국민의 동의는 물론 다른 종교계에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약자를 위한다는 교황의 첫 번째 방문지가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라는 점도 납득하기는 어렵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앞두고
정부 향한 가톨릭 비판 사라져

서소문공원 순교성지화 추진은
국민정서 반한 가톨릭의 독선

박근혜 정부는 초기부터 부정선거 의혹에 휘말렸다. 검찰 조사결과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런 박근혜 정부를 가장 강력하게 성토한 곳이 가톨릭이다. 가톨릭은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시국미사를 열어 철저한 조사는 물론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교황 방한이 무르익자 정부에 대한 가톨릭의 비판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세월호 참사에도, 친일을 찬양하고 논문을 표절하는 등 함량미달의 총리 및 장관 후보들로 나라전체가 들끓어도 유독 가톨릭은 잠잠하다.

교황은 과거에도 두 번이나 한국을 다녀갔다. 군사정권이던 전두환과 노태우 때였다. 당시를 군부독재의 정당성 홍보에 종교가 이용된 사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교황 방한이 박근혜 정부의 부정선거 의혹을 잠재우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구심이 이는 이유다. 가톨릭에 대해서도 침묵의 대가로 정부지원을 등에 업고 교세확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교황 방한을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서소문 역사공원의 가톨릭 순교성지 추진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총사업비 513억 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설계공모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의 주장처럼 서소문 공원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처형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조선왕조 500년 동안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이 처형된 장소다. 홍경래와 전봉준 같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숨진 숱한 의인들이 유명을 달리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 단순히 가톨릭 신자가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나서서 가톨릭 순교성지 조성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곳에서 처형된 대표적인 인물 황사영은 조선을 청나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정벌해 달라고 요청한 이른바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처형된 인물이다.

▲ 김형규 부장
가톨릭에선 순교라고 강변할지 몰라도 국민들 입장에서 일본에 나라를 바친 친일매국노와 전혀 다를바 없다. 한국 가톨릭은 권력과 불의에 항의해 온 아름다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그 기억들이 퇴색되고 있다. 가톨릭이 점차 정치 권력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50호 / 2014년 6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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