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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선 수행 장은경 씨

기자명 법보신문

▲ 무애안·46
내가 처음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게 된 것은 굴곡 많은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49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뇌경색으로 10년을 고생하다가 겨울나무 수피같이 차가운 몸으로 내 품에서 임종하는 모습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생로병사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 무렵 내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고 위로해주던 도반의 소개로 불교방송에서 ‘대승기신론’을 강의하시던 원허 지운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법문 중간 중간에 스님께서는 늘 법문 듣고, 사유하고, 수행할 것을 강조하셨다. 그때까지 난 수행은 큰스님들이 산속에서 현실과는 괴리된 채 고행을 하는 것으로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었을 뿐 내가 수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부처님 법에 대한 믿음도 견고하지 않았다. 도대체 뜻도 알 수 없는 어려운 경전들과 수행에 대한 가르침들이 전혀 와 닫지 않은 채 여러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허 지운 스님의 법문에 귀 기울인 것은 스님이 가르쳐 주시는 ‘자비선’ 수행법 때문이었다.

뇌경색 아버지 죽음 충격
생로병사 의문에 자비선
법문 듣고 사유하며 수행
과거 참회로 참사랑 찾아

그리고 스님의 자비로운 가르침과 도반들의 도움으로 난 용기를 내서 어설프게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행하며 신기한 경험은 그동안 어렵게만 들리던 법문이 한 구절씩 들리는 것이었다. 경전 속 이해 불가능했던 단어들이 매 순간 알아차림을 하며 알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진정 가르쳐 주시고자 했던 가르침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수행을 통해 알게 되었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내 마음이 만든 환영에 지나지 않는 다는 자각이 생겼다. ‘생긴 것은 반드시 사라진다는 진리와,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없고 오직 매 순간 변하는 현재가 있을 뿐이다’라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진리가 자비선 수행을 통해 체득되었다. 그리고 평생 나를 힘들게 했던 고통의 실체를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중압감으로 괴로웠었다. 그런 이유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길 때 난 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참고 견디었다. 그때는 내 가정 안에서 나의 아이들이 행복해야 하고 남편도 나와 같은 뜻이길 바라는 마음이 충족되지 않아서 절망하던 시간이었다. 자비선 수행하며 직면한 사실은 어릴 적 모성을 외면했던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고통의 뿌리였다는 것이었다. 난 남편에게 결핍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고, 아이들이 혹여 나와 같은 상처를 받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힘들게 하고 있었다. 고통의 원인을 직면했을 때 그동안 나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했던 통증이 사라졌다. 난 남편에게 참회했고, 그동안 과거의 상처로 힘겨워했을 내 자신을 진정한 사랑으로 꼭 안아주었다.

어느덧 자비선 수행을 한지 7년이 되어간다. 수행하며 내 안에서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또한 자비선 수행이 자비심을 바탕으로 하는 수행이기에 주변에 많은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기를 간절히 바라며 수행하고 있다.

이 기회를 빌려 법문 듣고, 사유하고, 수행하는 가르침을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침 없이 지도해 주시는 원허 지운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하반야바라밀.

[1252호 / 2014년 7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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