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선, 추상과 구상, 적(赤)과 청(靑)의 조화와 균형을 보여주며 미술계의 주목받는 중진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법관 스님(능가사 주지)이 올해 첫 개인전을 연다.
7월16~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에 위치한 에이블파인아트NY갤러리에서 열리는 법관 스님 초대전 ‘선(禪)-2014’는 단순하지만 물러섬 없이 정진하는 수행자의 삶이 화폭에 구현된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법관 스님은 색, 선, 면 등의 조형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접촉’ 연작들을 선보인다.
석채가 뿜어내는 맑고 선명한 푸른색이 가득 담긴 화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점들이 반복적으로 찍혀 있다. 단순하고 유사해 보이는 점들이지만 그 하나하나는 고유성을 갖고 무궁한 변화를 보인다. 특히 푸른빛이 압도하는 화폭 속 어딘가에서 배어나오는 붉은빛은 푸른빛과 대비를 이뤄 더욱 선명하고 맑은 푸른빛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윤진섭 호남대 교수이자 미술평론가는 “빨강색을 칠한 후 그 위에 다른 색을 칠하면 미세한 층이 형성되는데 그 누적의 결과 법관 스님의 작품은 다양한 색가(色価)를 지닌 면의 느낌을 드러내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화폭 가득 점을 찍는 단순한 반복 속에는 화가로서 붓을 잡으면서도 수행자의 정체성과 일상을 흩트리지 않는 스님의 성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같은 반복적 행위에 대해 “구도, 즉 깨달음의 도정에 이르는 길”이라고 평가한 윤 교수는 “화면에서 진한 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며 수공에서 오는 손 맛, 인내심과 그렇게 해서 형성되는 내공을 연상시킨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연작을 통해 선과 면, 색조가 자아내는 무수한 변주를 펼쳐 보인 법관 스님은 “선이 빗겨서 만나면 거스르거나 부딪치지 않는다”는 말로 선 수행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무위자재의 시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요소들의 다양한 결합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어 대상을 바라보는 심안이야 말로 오늘날 미술계가 왜 법관 스님을 주목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5시 열린다. 02)546-3057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53호 / 2014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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