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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승을 닮은 중국 노학자가 일러준 ‘지혜로운 삶’

충북 청원 마야사 주지 현진 스님
‘인생’/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멜론

▲ 학인 시절 해인사 도서관 책을 섭렵하겠다는 원을 세웠던 현진 스님은 지금도 늘 책을 가까이 두고 벗을 삼고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류에게 자아의식이 생긴 이후 언제나 사유의 대상이 됐던 물음이다. 특히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좌절을 겪거나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할 때면 인생을 절실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좀처럼 풀기 어려운 화두가 바로 ‘인생’이다.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돌아보고 생각하는 이 화두를 ‘완벽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며 이야기로 풀어내 엮은이가 있다. 중국의 대학자이자,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까지 존경받는 지셴린(季羨林)이다.
중국의 위대한 대학자이자 나라의 어른으로 추앙받던 그는 고대 인도 언어와 문화, 불교문화, 인도와 중국불교교류사에 능통한 학자였다. 98년에 걸친 인생 동안 깊은 학문세계와 고매한 인품으로 존경받은 인물이었다. 중국 학계와 언론이 ‘중국의 국보급 학자’ ‘국학 대사’ ‘학계의 태두’라고 추켜세웠을 정도였으니 그를 향한 존경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그런 모자들을 씌우지 말아 달라’며 스스로 겸양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았고, 머물 곳 없는 고학생에게는 자기 집에 잘 곳을 마련해주었으며 진로를 고민하는 제자들에게는 사랑과 혜안으로 갈 길을 제시하는 등 후학과 후인들을 큰 품으로 끌어안는 모습으로 일관해 큰 스승이자 어진 어른으로 불렸었다. 2009년 7월11일 그가 운명을 달리했을 때, 중국 땅에서 큰 별이 떨어졌다고 했던 이유다.
그가 90세를 전후한 나이에 써내려간 주옥같은 수필 ‘인생’은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기록한 삶에 대한 진솔한 생각이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에게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인생이란 화두를 주제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가 가득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문화혁명 당시 학내 정치투쟁에 휘말려 ‘우붕(牛棚, 지식인들을 임시로 수용했던 외양간)’에 수감되는 고초를 겪은 이후 ‘나는 그때 이미 죽었는데 덤으로 살고 있다’고 했던 대학자가 풀어놓은 인생이야기는 세상살이에 대한 사유를 새롭게 인도한다.

▲ ‘인생’/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멜론
성실함과 책임에서 찾은 인생의 가치
서원대학교 강사와 법주사 수련원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충북 청주 근교에 마야사를 창건해 반농반선(半農半禪)의 삶을 살고 있는 현진 스님은 지셴린의 ‘인생’에서 선지식의 향기를 접했다. “식상하거나 통속적이지 않은 노학자의 달관된 지혜가 생동감 있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인생을 추구한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00퍼센트 만족할 만한 완벽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전제한 저자는 ‘인류가 살아온 긴 역사 속에서 한 세대는 거대한 사슬의 고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릴레이 경주처럼 앞 세대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인생의 트랙을 한 바퀴 돈 다음 뒷 세대에 바통을 넘겨준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가치는 성실히 그리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맡은 임무를 다하는 데 있다.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치면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모든 이들이 화두 삼아 고민하는 인생과 인생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스님은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구간을 열심히 달려갈 때 인간사회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각자가 그러한 책임의식을 갖고 있을 때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 될 수 있다”며 공감했다. 또 “인생 전반에서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어 때로 답답하지만 그것이 삶의 철저한 생동감”이라고 부연하면서 “보름달이 뜨면 구름이 끼고, 봄에 꽃이 피면 바람이 분다. 완벽한 날은 없다. 봄날에 꽃이 활짝 피고 바람 한 점 구름 한 점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 날은 별로 없고, 우리 인생에서도 그처럼 완벽한 것은 없다”며 완벽하지 않은 것이 우리로 하여금 정진하고 기도하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기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어른이 없는 시대에 만난 진짜 어른
현진 스님은 그러면서 어른이 없는 시대에 진짜 어른을 만난 기쁨을 얻었다고 했다. “책을 통해 현명한 노인이 된다는 것,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스님은 저자가 말하는 노인이 경계해야 할 10가지에 주목하기도 했다.
지셴린은 노인들을 향해 ‘말을 삼가자, 나이로 유세 떨지 말자, 사고가 경직되는 것을 막자, 세월에 불복하자, 할 일 없음을 걱정하자, 무용담으로 허송세월하지 말자, 세상과 벽을 쌓지 말자, 늙음과 가난을 탄식하지 말자, 죽음에 연연하지 말자, 세상을 증오하지 말자’는 열 가지 당부를 하고 있다.
스님은 여기서 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자가 말하는 열 가지 경계는 노인들이 나이 들어 가면서 자기 일을 놓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단하자는 의미가 있다는 것. 따라서 크든 작든 끊임없이 현재 나이와 위치에 맞게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할 때 소위 말하는 ‘주책’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노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늙은 천리마는 마구간에 누웠어도 마음은 천리를 달리고, 열사는 말년이 되어도 비장한 웅지가 꺾이지 않네’라는 말이 있는데, 노인의 지혜가 그와 같을 것”이라며 “노인의 지혜를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것도 손실이므로 긍정적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노인이 되면 주책이 많아지니 물러나 있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제안이다. 또한 존경하고 믿고 따를 만한 진짜 어른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그런 어른을 만들어내고, 우리 스스로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도 묘약․세 가지 관계에 충실하라
스님은 저자가 말하는 모든 이야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들어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스트레스’와 ‘세상을 살면서 잘 살펴야 할 세 가지 관계’에 눈길을 두었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오존층파괴, 인구폭발, 새로운 질병 등 위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스트레스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느낀 결과 위기의식과 예방의식이 강해졌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법률과 합리적인 규칙과 제도들이 모두 자유로운 행동을 제한하는 스트레스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얼마나 좋은 것들인가. 그런 것이 없다면 사회는 불안에 빠지고 인간은 생존의 틀을 잃는다’면서 스트레스의 유용성을 전하고 있다.
아침에 마을 길 걷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된 스님은 “운동을 숙제하듯이 하면 힘들지만 일상의 일로 생각하면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온다. 매일 밥을 먹으면서 스트레스 받는 이들이 없듯이 평소의 일로 받아들이면 성가신 일이 아니다”면서 저자가 스트레스의 순기능을 말한 것처럼 스트레스를 활력으로 바꾸는 마음가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살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모두가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삶이 그만큼 더 고달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님은 또 저자가 말하는 세 가지 관계도 마음에 새겨 두라고 조언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가족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 생각과 감정 사이의 갈등 및 균형의 관계다. 저자는 여기서 선과 악, 사람됨과 처세, 우정과 이기심, 두려움과 용기, 인내, 겸손, 예절 등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숙고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고 있다. 이를 “법회에서 법문을 할 때 관계 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용하는 대목”이라고 밝힌 스님은 “이 세 가지 관계를 잘 관리하면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달픈 인생살이가 될 것”이라며 자연과 사람 등 모든 만물이 내 벗임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라고 저자의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욕심은 줄어든다
그런가 하면 스님은 죽음에 관한 저자의 글에서도 노학자의 달관한 지혜를 발견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반드시 맞이해야 할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너무나 허무하지 않은가. 그래서 내일 죽음이 오더라도 나는 지금 내 할 일을 한다’고 했던 저자는 실제로 죽음을 앞둔 시기에도 새벽 4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마지막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스님은 이 역시 어른답게 처신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노학자의 삶에 존경을 표했다. “저자처럼 긍정적인 사고로 자기 할 일을 다 할 수 있으면 늙어가는 것도 충분히 아름답고 좋을 수 있다”고 전제한 스님은 죽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삶에서 위로를 받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 결과 “죽음을 한 번씩 생각하는 것이 인생을 조금 더 진지하게 살아가게 한다”는 스님은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죽음을 생각하고 인생을 성찰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이 지닌 욕심을 하나씩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집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죽음과 욕심의 관계를 설명한 스님은 이 대목에서 연기적 사고와 무상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고 말하면서도 나에게는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아가기 때문에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설명한 스님은 “연기적 사유 속에서 무상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체계화되면 욕심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체계화시키는 수행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갖게 되는 무상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현재의 욕심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큰절 주지로, 교구본사의 수련원장으로, 대학 강사로 활동하며 분주한 일상을 살아온 스님은 시골에 작고 아담한 절을 세우면서 그러한 과정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비법, 소욕지족
그래서 스님은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소 ‘먹는 것을 가리지 않는다, 빈둥거리지 않는다, 수군거리지 않는다’를 생활에서 지켜가는 삼불(三不)을 원칙으로 삼았던 저자는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사회는 안정되고 천하는 태평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안분지족하지 못하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다. 주제를 모르는 이런 사람들은 그러다가 크게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진 스님은 “고금을 떠나 무소유와 소욕지족(小欲知足)의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진리에 다름 아닐 것”이라며 수행자들도 그런 인식이 갖춰질 때 정신적인 부분을 선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여기서 옛 선인들이 소욕지족했던 삶을 잘 드러낸 주자의 시 한편을 소개했다.
신창임영개(晨窓林影開)
야침산천향(夜枕山泉響)
은차부하구(隱此復何求)
무언도심장(無言道心長)’
‘새벽 창문에 숲의 그림자 걷히고/ 밤에 베게하고 누우니 산속 샘물이 울리네/ 여기에 은거함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말 하지 않아도 도심이 자라네’
20대 학인시절에 성철 스님을 친견하러 갔을 때 이 시 중에 아래 두 구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마음에 두었던 스님은 이 시구를 이정표 삼아 늘 수행자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경책하며 정진하고 있다. 그래서 후배 스님들에게도 “동쪽으로 기운 나무는 결국 동쪽으로 쓰러지듯이 평소의 생각이 삶을 바꾸는 만큼, 큰절 주지나 출세를 생각하며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수행자적 모습을 견지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스님은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비법(?)으로 소욕지족의 삶을 설명하면서도 무조건적인 만족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저자 역시도 ‘풀뿌리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곁에 상어지느러미를 먹으며 호위호식하는 부자들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만족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만족이나 불만족은 상황을 나누어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불만족은 정당한 것이며 중대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소욕지족의 삶을 추구하면서 갖는 정당한 불만족은 사회전체의 균형을 이뤄가는 촉진제 구실을 할 수도 있다”며 양적인 부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성함을 역설했다.

출가자보다 더 수행자 같은 노인의 품격
저자는 감성적이면서도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이처럼 냉철함을 유지했다. 스님은 이러한 지셴린의 삶과 사상,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펼쳐놓은 인생이야기를 보면서 출가자보다 더 수행자 같은 노인의 품격을 읽었다.
“책 내용이 전반적으로 수행자를 위한 마음공부 지침서 같다”고 표현한 스님은 “학식과 지혜를 두루 갖춘 노학자가 쓴 글에서 옛 선사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며 저자의 삶과 사상이 옛 선지식들의 그것과 닮아 있음을 이야기 했다. 유마거사의 삶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지식인이자 어른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스님의 이런 생각은 ‘내가 그 일을 해서 상대방이 피해를 보는 것은 나쁜 것이다. 내가 그 일을 해서 상대방도 피해를 보고 나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은 더 나쁜 것이다.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더 견고해졌다. ‘모든 선은 받들어 행하고, 모든 악은 짓지 말라’는 과거칠불의 공통된 가르침에 닿아 있는 지혜의 언어이기에 그렇다.
인도에서는 노인을 히말라야에 비유한다. 히말라야는 높은 설산이어서 사람들이 외경스럽게 대하는데, 노인들을 바로 그렇게 대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은 “우리 사회의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봐주고 존경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많은 이들이 지셴린의 ‘인생’에 깃든 삶의 지혜를 익혀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 삶과 넉넉한 인품을 가꿔가기를 기원했다.

서재는 가족처럼 따뜻함을 주는 공간
스님은 평상시에도 늘 책을 가까이 두고 벗을 삼는다. 스님에게 책 읽기는 차 마시는 일이나 밥 먹는 일과 같이 ‘다반사(茶飯事)’인 셈이다. 이를 나름대로 해석해 스님 스스로 ‘다반서(茶飯書)’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님에게 책은 든든하게 자신을 품어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텅 빈 고요가 주는 느낌도 좋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 책이 있을 때 든든하고 마음도 편하다”는 스님에게는 서재가 가족의 품처럼 따뜻한 공간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만 봐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해인사 강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사찰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원을 세웠을 정도로 책 읽기를 즐겼던 스님은 ‘삭발하는 날’을 시작으로 ‘잼있는 스님 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번뇌를 껴안아라’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등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펴냈을 정도로 글쓰기도 즐기고 있다.
책 제목처럼 지금 산 아래 작은 암자를 만들어 나무 심고, 꽃 가꾸며 대중들과 더불어 사는 현진 스님은 거기서 그렇게 소욕지족의 삶을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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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스님이 추천하는 책

 
‘내 잠속에 비 내리는데’
이외수 지음/ 해냄
이 책은 몇 번이나 이사를 하면서도 꼭 챙겼던 애장품입니다. 소설가가 쓴 산문답게 주제가 분명하고 간결합니다. 또한 글쓰기의 교과서가 될 정도로 문학적인 형식을 잘 갖추고 있어서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도 한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군더더기 없는 문장형식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책은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저자의 젊은 날을 엿볼 수 있기도 한데요. 문학에 대한 열정을 빼고는 가진 것이 없었던 가난한 문학청년이 괴벽과 기행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기까지 겪은 고난과 아픔, 그리고 청춘의 기억들이 잘 담겨 있습니다.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오래된 미래
이 책은 소로우가 13년 동안 해리슨 블레이크와 나눈 편지를 모아서 엮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으면 우리 삶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침묵과 고요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한데요. 제 생애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로우가 살았던 그 월든 호숫가를 한번 꼭 거닐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 책입니다. 스물여덟 편의 편지가 수록된 이 책 전체에서 ‘나의 재산은 소유가 아니라 향유’라고 했던 그가, 평생에 걸쳐 견지한 구도자적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일기에서 채록한 작은 그림들 역시 그가 향유했던 소박한 삶을 실감 있게 전해주고 있어서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걷기’
조셉 M. 마셜 3세 지음/ 김소향 옮김/ 문학의 숲
저자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전해들은 조상의 지혜와 전설을 그 자신이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 다시 손자에게 들려주는 잠언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한 책입니다. 인디언들에게 듣는 삶의 조언들은 언제나 친근하기도 한데요.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평원과 계곡을 거닐면서 전해들은 조상의 지혜와 전설, 역사와 경험을 속삭이듯 들려주고 있습니다. 인디언의 전통적인 삶과 철학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어느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할 인생의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주는 책에서 영혼을 울리는 인디언들의 가르침이 어떤 경전들보다 진실함을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바람 드는 집’
흥선 스님 지음/ 아름다운인연
한시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독파했지만 그 때마다 음미의 느낌이 새로운데요. 지금은 김천 직지사 주지이신 저자의 번역도 탁월하거니와 일기로 적어놓은 감상평은 깊은 예술적 안목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도 엿볼 수 있어서 늘 곁에 두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단아할 뿐만 아니라 정곡을 찌르는 깊이 있는 글로 유명한 저자가 7년 반 동안 박물관 홈페이지에 올렸던 옛 시에 일상이 담긴 짧은 이야기들 더해 하나로 펼쳐 놓고 있지요. 또 석학에 조예가 깊은 스님이 옛 시를 직접 한지에 옮겨 쓴 반듯한 손 글씨를 수록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소걀 린포체 지음/ 오진탁 옮김/ 판미동
티베트에 다녀오고 난 뒤 티베트의 스승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책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 불교의 지혜를 알게 해 준 또 하나의 어록이었습니다. 티베트 종교와 사상의 입문서로 권장할만한 책이지요. 책은 소걀 린포체의 가르침이 가득한 명상 일기로 365일을 기준으로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전합니다. 죽음이나 시한부 인생이라는 충격적인 선고가 없더라도 진지하게 삶과 죽음을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명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고리를 끊고, 명상과 자비를 통해 마음의 행복과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1255호 / 2014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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