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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해충

날씨가 습하고 기온이 높으면 모기떼가 기승을 부리고, 이런 저런 벌레와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이 번성한다. 모기와 벌레 등을 해충, 곧 해로운 곤충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 인간들에게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충은 발생뒤에 방역을 하게 되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미리 미리 해충이 발생할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해충지도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알에서 깨어나기 전에 혹은 유충 단계에서 이들 해충을 박멸할 방법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적으로 해충을 방역하게 된다.

해충 막으려 약 뿌리듯
욕망·분노 구제 위해선
부처님 가르침 배우고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해충의 피해를 미리 대비하지 않고 손을 쓰지 않으면 늦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들에게도 해충과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인데,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비유로 말씀하고 계신다.
 
“셋째, ‘해충을 막지 못한다.’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감각적 욕망에 얽매인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막지 않고 없애지 않는 것을 말하며, 마찬가지로 분노와 폭력과 악의에 얽매인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막지 않고 없애지 않는 것을 말하느니라.”(Majjhima-nika -ya, “Maha -gopa -lakasutta” 중에서)
 
이 가르침은 소치는 사람이 11가지 덕목을 갖추지 못하면 소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내용을 토대로, 수행자의 자세를 언급한 내용이다. 소를 키우는 사람이 해충을 막지 못하면 소는 건강하게 자랄 수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소에게서 소젖을 얻을 수 없거나, 얻더라도 그 양은 적을 것이며 젖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것을 제거하거나 막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감각적 욕망으로 삶이 피폐해지고, 천박해 지며, 더 강력한 욕망을 찾아 헤매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어진다. 그렇기에 수행을 하는 자라면 감각적 욕망의 위험을 잘 알고, 욕망이 일어나면 욕망이 일어났다고 바로 알고, 그것을 제어하여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나아가 그러한 생각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라지게 한다는 것은 억지로 그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여 그 정체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욕망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여 그 뿌리를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수행인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욕망이 나를 삼키게 되어, 욕망이 하고자 하는 대로 끌려가는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마찬가지로 분노와 폭력, 그리고 악의라는 불건전한 정서 역시 그것이 한 번 일어나게 되면 사람의 정신을 빼앗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 분노가 일어나면 분노가 일어나는 즉시 나에게 분노가 일어났다고 바로 알아야 한다. 바로 알기만 해도 분노가 나를 집어 삼키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이러한 욕망과 분노와 폭력적 생각과 악의 등을 해충에 비유한 것이다. 해충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것이 처음에는 자그마한 병을 일으키지만 점점 심각한 병을 유발하게 한다. 결국 해충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반드시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서 약도 뿌리고, 환경을 청결하게 한다.
 
그와 같이 우리의 욕망, 분노, 악의와 같은 것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해로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약을 뿌리듯이, 욕망과 분노와 같은 것을 위해 우리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55호 / 2014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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