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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 사회운동으로 확대하자

불가(佛家)의 전통은 불교가 지니고 있는 종교적 특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런 특성은 철저히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는 불교가 지니고 있는 전통이 새로운 문화에 대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알리고 강요하지 않으며 항상 화합을 중시하고 양보를 생활화하는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런 불교적 특성은 우리 민족의 각종 세시 풍속에 영향을 주어서 우리 민족의 많은 삶과도 깊은 관계를 지니게 되었다. 많은 민족의 축제 중의 하나이며 불가에서 가장 커다란 축제의 하나인 부처님 오신날의 축제가 지나갔다. 이천 수백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로 오셔서 눈 어두운 중생들로 하여금 눈을 뜨고 가슴을 열고 흔쾌히 이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러주시고 화합하고 더불어 살수 있는 것을 일러 주셨던 날이 바로 부처님 오신날인 것이다. 이런 축하의 날을 보내고 모두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기가 되었다.

이런 축하와 평상을 오가는 반복 속에서 부처님의 제자라 한다면 아주 복스럽게 받아들이고 사회적으로 확산 시켜가야 할 제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안거이다. 안거는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기후가 적절하지 못한 계절에 수행자가 외부로 다니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제도로 불교가 지니고 있는 아주 커다란 특징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풍습은 인도 지방에서 우기(雨期)를 피하기 위해 생긴 것으로 불교가 전래되면서 우리나라는 여름의 하안거와 겨울의 동안거 등 1년에 모두 두 번, 한번에 3개월씩 총 6개월 즉 일년의 절반을 안거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풍습을 승단에서만 지키기를 원하는 것보다는 재가자들도 더불어 지키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는 사부대중이 서로 수레의 바퀴가 되어 같이 굴러가는 종교이다.

그 사부대중은 승려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수행을 해서 진리의 바퀴를 굴려야 하며 이런 법륜상전에는 재가자에 속하는 청신사 청신녀들도 역시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비단 승려가 아니라 하더라도 재가자의 신분을 지키면서 열심히 수행을 하여 일정한 수행의 과위에 오른 훌륭한 분들을 우리는 적지 않게 알고 있다.

이런 바람직한 전통을 살리고 우리가 머물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더욱 맑게 이끌기 위해 우리는 안거(安居)의 사회화 운동(社會化 運動)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거의 사회화 운동이란 현재 승단에서만 지켜지고 있는 안거의 전통을 모든 사부 대중들이 같이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승단에서는 선방에서 목숨을 내건 용맹정진을 통해 사회의 등불이 되어 주고 이 등불에 의지하여 재가자들은 같은 기간동안 너무 거창하지는 않지만 맑고 향기로운 그 어떤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는 것이 바로 안거의 사회화이다.

물론 처음에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안거의 사회화 운동이 생소하기도 하고 미숙하기도 하여 사회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운동이 되기가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우선 실천하기 용이한 오계 지키기 운동이라든가 아니면 오계중 불음주계 만이라도 지킨다든가 또는 이 기간 동안 가정에서 날을 정해 놓고 선행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회를 맑게 만들 수 있는 일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런 안거의 사회화 운동이 자리를 잡고 사회적으로 뿌리만 내려진다면 폭력이나 위선이 없는 맑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 명확한 일이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분명 이 사회는 맑고 밝은 불국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거의 사회화 운동은 단순히 불교라는 종교만의 운동이 아니고 맑은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바람임을 우리는 확신할 필요가 있다.




서울보건대 송위지 교수 s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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