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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장 의식, 왜 주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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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8 15:51
  • 수정 2014.08.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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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문화재를 조사하다보면 불상 개금과 보수 과정에서 출토된 복장물을 만나는 일이 많다. 복장물 조사는 문화재로서 의미가 있는 발원문, 사경, 경전, 복식 등을 우선시하며, 화려한 복장물 사이 소박한 황색보자기에 싸인 금속제 원통과 정체모를 마른 풀잎, 나무조각, 광물을 비롯한 각종 다라니 등은 부차적인 유물로 정리한다. 황색보자기에 싸인 금속제 원통이 후령통이란 사실은 조선시대에 간행된 ‘조상경’을 통해 알고 있으나 후령통이 지닌 진정한 가치와 그 속에 응축된 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겨울 동학사에서 거행된 복장의식을 실견하면서부터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동학사에 모여든 신도들은 복장의식이 거행되는 내내 눈 내리는 대웅전 마당에 앉아 108염주를 돌리며 기도하고, 스님들은 대웅전을 오른쪽으로 감싸 돌며 ‘천수경’을 독송하였다. 불전 내부에는 황색, 녹색, 홍색, 백색, 남색의 오방단(五方壇)이 설치되고, 각 단에는 100여종에 가까운 각종 물목이 마련되었다. 7시간에 걸친 의식에서 오방법사는 각 단에 놓인 모든 물목을 담은 오보병(五寶甁)을 제작하고 의식을 거쳐 완성된 오보병을 사리와 함께 후령통에 안치하였다. ‘조상경’에 글자로 새겨진 복장 설행 과정은 스님들에 의해 작법(作法)과 범음(梵音)으로 되살아났다.
 
여법한 절차로 조성된 후령통은 법당 안팎에서 스님과 신도의 염원이 더해져 불상에 납입할 수 있는 신앙체가 되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무릎을 꿇고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이마로 부처님에게 예를 올리며 받치는 이 게송이 어떤 신심에서 발현되었는지 깨치는 순간이었다.
 
복장의식은 업장을 소멸하고 망자를 천도하는 여느 불교의식과 다르게 오롯이 부처님을 위한 의식이다. 따라서 설행 절차와 원리의 전승은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내밀한 의식이 얼마 전 시연회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불교의식이 그러하듯 복장의식 또한 근현대를 거치면서 전승 단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복장을 설행하는 스님들이 뜻을 모아 복장의식에 담긴 심오함을 보여주었고, 무형문화재로서의 가능성까지 이끌어내었다.
 
한국의 복장물과 복장의식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유형과 무형이 결합된 최고의 불교문화유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화적 자긍심을 앞세우기에 복장의식이 처한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현재 복장의식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설행자는 다섯 명에 불과하며 이를 전수받고자 하는 스님 역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복잡한 설행 원리와 과정, 다양한 진언(眞言)과 인법(印法)은 배우기 어렵고 제대로 익혔더라도 불상 안에 납입하는 복장 물목과 의식구를 구색 갖춰 마련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의식을 제대로 치루지 않고 복장물을 납입하거나 복장물을 상업화하려는 움직임은 복장의식의 위상을 손상시키고 성장을 저해한다. 특히 상업성을 띤 복장물목은 한때 공장에서 제작한 듯한 개성 없는 불상과 불화를 전국 사찰에 봉안하면서 현대 불교미술의 수준을 저하시켰던 현상에 비견된다.
 
물론 복장의식이 하나의 틀로 정형화될 필요가 없으며, 시연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복장 물목과 의식구가 무조건 화려하고 성대할 필요도 없다. 과거 복장의식을 거행하는 스님은 사찰 주변에 물목에 소용되는 풀과 나무를 키워 복장 준비에 정성을 다했다는 일화와 고려·조선시대에도 구하거나 제작하기도 어려운 사경, 경전, 복식, 비단천 등을 복장물로 납입했던 사실은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 부처님에게 최선을 다해 예를 갖추려는 불제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복장을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과 신앙심이야 말로 복장의식이 유형과 무형이 결합된 불교문화유산으로서의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기반이다. 또 불교의식으로서 순기능을 회복하고 한국불교문화로서의 독창성을 획득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용윤 불교문화재연구소 실장 natunda@hanmail.net
 
[1255호 / 2014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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