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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박물관’ 인도서 건져 올린 대 자유

  • 불서
  • 입력 2014.08.11 15:54
  • 수정 2014.08.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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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라, 내가 보인다’ / 허허당 / 지혜나무

▲ ‘길 위에 서라, 내가 보인다’
화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허허당 스님은 인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상하다는 말로는 그 이상함을 다 표현할 수 없는 곳. 인도는 거대한 하나의 아트 뮤지엄이다.’
 
여행하기 좋아하는 허허당 스님도 ‘인도 여행’은 꽁꽁 숨겨두었었다. 단순한 여행길로 나서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성지순례’라는 또 다른 ‘굴레’에 매이고 싶지도 않아서였으리라.
 
2004년 인도 사막지대 쿠리로 떠났다. 푸쉬카르를 거쳐 카주라호, 바라나시, 봄베이, 보드가야를 걸었다. 내친 김에 다람살라로 향해 달라이 라마의 법향에도 젖어 보았다. ‘길 위에 서라, 내가 보인다’는 인도-티베트의 3개월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도시 문명의 유적에 대한 설명은 없다. 허허당 스님에게 유적이란 “인간의 영욕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를 말해 주거나 인간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주는 것일 뿐”이다. 멋진 앵글로 담아 낸 사진도 없다. 무심이 셔터 눌러 건져 낸 사진 몇 장이 전부다. 사막의 밤에, 부처님 성도지 보드가야와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바라나시 등에서 사유하다 떠 오른 파편을 적어 두었던 메모가 전부다. 하지만, 그 메모가 전하는 감동의 힘은 실로 크다. 보드가야에서 건져 올린 메모 한 대목을 보자.
 
‘도대체 무슨 일로 저 많은 사람들이 저리도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을까. 무엇이 저토록 가혹할 만치의 열정을 쏟아내게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부처 앞에서 즐겁고 기쁘고 평안하지 못하고 이렇게 비장한 슬픈 풍경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까.’
 
▲ 허허당 스님의 ‘생명의 축제’ 시리즈 중 인류의 꿈(평화).

하여, 허허당 스님은 슬펐다. 귀국 후 인도여행 기록을 책으로 당장 내놓지 않은 연유도 그 슬픔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음에 좀 더 귀를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2011년 10월 통도사 앞 한점 갤러리에서 허허당 스님의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 제목은 ‘생명의 축제!’ ‘인도의 슬픔’이 ‘인도의 자유’로 승화됐음을 ‘선포’한 셈이다. 그리고 이제, 그 기록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결코 인도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그냥 ‘길을 떠나 보라’는 저자의 소곤거림만 있을 뿐이다. 허허당 스님은 사막여정에서 ‘간디’를 만났다. 예순 셋의 낙타몰이꾼 비마. “3박4일의 짧은 여정 중에서도 비마는 내가 잘 먹는지, 잘 자는지 끊임없이 살펴주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당신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며 웃었다.”
 
‘길을 떠나라. 누군가에게 당신은 간디가 될 수 있다’고 허허당 스님은 전하고 있다.
 
채문기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256호 / 2014년 8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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