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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군 콩 수확기

기자명 김윤옥

풀을 콩대보다 더 키워...콩 찾는건 보물찾기

농사 짓는 사람 바쁜 계절인 봄은 어김없이 산 속 마을을 찾아왔다.

지난해 심은 마늘이 파란 잎을 뽐내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은 경이로움과 함께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산속에 마을을 세우기 위해 개간한 땅이니 농사 짓는 사람들 말대로 생땅이었다.

사람들은 귀농학교라 해서 이론적으로 산속이나 농촌 자연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자연과 직접 부딪히며 그때 그때마다 겸허한 자세로 하나씩 배워 나가면 하늘이 도와주고 땅이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저 물어 물어 더듬고 해서 농사 짓는 것을 처음으로 해 보았던 것이다.

다볕마을을 일군지 첫해, 생땅에는 콩을 재배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서목태라고 쥐눈이콩 일명 약콩으로 불리는 콩을 심었다. 새싹이 올라오고 조금씩 자라 나는 모습에 감동하다 보면 어느새 풀이 쑥쑥 자라 있었다. 뽑고 돌아서면 또 풀이 자라 있다 하더니 정말 어찌 그리도 풀이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올라와 대는지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초보 농군이 지칠 무렵 풀은 사람 키만큼 자라 있고 수확할 때쯤 사람 키만한 풀을 헤치고 콩을 찾아 보물찾기 놀이를 해야 했다. 농기구라고는 책에서 그림으로나 봐온 왕초보 농사꾼이 사용하려하니 농기구도 사람을 알아보는가 보다. 농기구를 활용하려는 내 마음이나 움직이는 손과는 상관없이 농기구 저 혼자 따로 놀았다. 낫을 그림에서나 보았지 어디 사용을 해보았던가. 낫질을 할 줄 몰라 그냥 가위로 콩대를 자르다가 온 손가락이 다 부르터서 나중에는 콩대를 눕혀 톱칼로 잘라 보니 가위보다 조금은 수월했다. 그렇게 더듬어 가던 농부가 이제는 낫질도 곧잘하고 호미도 다룰줄 알아 밭 메는 것도 조금은 할 줄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 곱게 자라 반도체 회사 무균실에서 흰 가운 입고 10년을 넘게 보낸 내 사랑하는 남편이 요즘은 경운기와 관리기를 다룰 줄도 알고 밭도 갈고 조금씩 고장난 것을 고치기도 한다. 밭일을 마치고 어깨와 다리를 아파하면서도 흐뭇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면 행복이 바로 이곳에 있음을 새삼 느낀다.



김윤옥 다볕마을 이장 kimyounock@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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