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효도
스님들의 효도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4.09.0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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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게서 부모님과의 효도여행 경험담을 들었다. 10여명의 도반 스님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아이처럼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품을 떠나 절로 가버린 사랑스런 자식을 그리워했을 그 애틋함이 마음으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스님들도 못다한 효에 대한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유교 효는 혈연적인 효지만
불교 효는 뭇 생명 향한 효
 
스님도 효도 할 수 있도록
사찰이 공적만남 제공해야
 
출가수행자는 속세 인연은 물론 혈연까지 끊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부모와의 인연을 매정하게 끊었던 큰스님의 일화가 수행의 척도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불교는 툭하면 불효의 종교로 공격받았다. 부모님 사후 몇 년 상을 치러야 하는지 논쟁을 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는 유별난 유교문화를 지닌 우리나라의 독특한 풍토때문이기도 하지만 혈연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가족애를 생명처럼 여기는 전통 속에서 불교의 출가문화 자체는 적잖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는 불효의 종교가 아니다. 다만 효도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효행을 강조했다. “효도보다 더 큰 선은 없고 불효보다 더 큰 악은 없다.” “불효자는 죽어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부처님의 말씀이다. 매년 음력 7월15일 열리는 우란분절은 불교 효 문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날은 자신을 있게 한 부모를 비롯해 과거 7대의 부모까지 모두 극락으로 인도하겠다는 강력한 효심을 발휘하는 날이다. 부처님은 ‘잡보장경’에서 “오늘 하루만 효를 찬탄하는 것이 아니라 무량겁에 걸쳐 항상 찬탄하라”고 가르쳤다.
 
돌이켜보면 부처님의 삶은 불교적 효의 표본일 것이다. 부처님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했다. 그리고 해탈 이후 돌아와 부모님을 제도하기 위해 애썼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도리천에 올라가 법문을 했으며 자신을 키워준 이모의 출가를 받아들였다. 부왕인 정반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달려갔다. 부왕을 위해 마지막 설법을 하고 임종 이후 제자들의 반대에도 손수 향로를 들고 장지로 나아갔다. 부처님은 혈연도 멀리하지 않았다. 동생과 조카, 자식까지도 불법의 품안으로 인도했다. 이렇게 불교의 효는 유교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것만이 효가 아니라 깨달아 스스로 행복해지고 나아가 부모님을 광명으로 인도하는 것이 효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 효는 혈연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부처님은 생전에 길가에 버려진 뼈 무더기를 보고 공손히 절을 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뼈 무더기가 어찌 전생 부모의 뼈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 김형규 부장
우란분절에 과거 7대 부모들의 재를 지내고 길가에 버려진 하찮은 뼈 무더기에도 절을 하는 것은 혈연으로 연결된 이기적인 효의 틀을 벗어나 인연으로 연결된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생명을 부모처럼 공경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초발심 시절, 가족이라도 멀리하는 것은 수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록 몸은 함께 못하더라도 부모와 자식이 서로 위하는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겠는가. 대만 불광산사는 사찰 경내에 스님들의 부모를 모실 수 있는 양로원을 두고 있다. 매년 일정한 날을 정해 부모를 사찰로 초청해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스님들이 부모를 직접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큰 흠이 될 것 같진 않다. 다만 불광산사의 예를 보듯이 스님들이 부모를 만나거나 모실 수 있는 공적 기회를 종단이나 사찰에서 제공했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59호 / 2014년 9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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