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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정상궤도로 돌려놓을 도덕성 회복 방안 제시

조계종 교육아사리 원영 스님
‘도덕철학의 기초’ / 제임스 레이첼즈 지음 노혜련 외 옮김 / 나눔의 집

▲ 원영 스님은 도덕적 삶을 추구할 때 인간사회가 정상궤도에 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 규범’을 도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법률로 정해서 반드시 지키도록 강제한 내용들 보다, 이 도덕적 삶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사람의 인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는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도덕’을 별도의 교과목으로 정해 도덕성을 기르고 정서를 순화시킴으로써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건전한 인격을 갖추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그 철학적 깊이가 더해지지 않은 교육은 교문을 나서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순간 그저 여러 교과목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뿐,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가하면 강력범죄나 패륜에 관련한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세상이 각박하고 험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면에도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가 포함돼 있다. 오늘날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이러한 때에 세상살이에서 도덕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제임스 레이첼즈의 ‘도덕 철학의 기초’다. 미국 듀크대학, 리치몬드대학, 뉴욕대학을 거쳐 알라배마대학 철학과 학과장으로 26년간 재직한 저자는 이 책에서 주요 도덕철학 이론들을 명쾌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책에서 바람직한 도덕이론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속성이 무엇인가라는 자신의 문제제기에 대한 해답을 메타윤리학과 규범윤리학 그리고 근대 윤리학에 대한 대안윤리들을 차례로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근대주의적 윤리이론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여성주의 윤리이론’과 ‘덕의 윤리이론’을 검토해 이들 이론이 가진 장점들을 발굴함으로써 기존 윤리이론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저자는 모든 도덕이론이 받아들여야 할 최소한의 도덕개념으로 ‘인간에 대한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는 오만하지 않는 도덕성’을 제시한다. 이성이 요구하는 공평함, 사회생활의 요구조건 즉 공정하게 적용된다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련의 규칙에 대한 준수, 최소한의 적절한 수준에서 타인을 돌아보고자 하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건조할 것만 같은 책은 결코 딱딱하지 않다. 소크라테스에서 미국 심리학자 콜버그에 이르기까지 윤리와 도덕철학 대가들의 학문을 등장시켜 세상 사람들이 고민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딜레마를 해부하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 도덕적인 결정의 한 주체를 이루는 종교의 관점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혀주려 노력하고 있다.

▲‘도덕 철학의 기초’ / 제임스 레이첼즈 지음 / 노혜련 외 옮김 / 나눔의 집
세상과 소통할 사고의 다양성 제시
조계종 스님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아사리이자 중앙승가대학교 강사, 불교방송 ‘아침풍경’ 진행자로 활동 중인 원영 스님은 이 책에서 하나의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얻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에서 7년간 공부하고 돌아온 스님에게 한국사회는 낯설었다. 사회현상이나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소통 자체가 불가능했고, 그래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과 신문을 보는 한편, 그토록 정성을 다해 공부했던 계율을 어떻게 회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만난게 이 책이다. “계율과 가장 연관성이 깊은 윤리 관련 책이어서 보게 됐는데, 이 책을 보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하나의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게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저자가 끊임없이 제기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고, 그것이 결국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여러 가지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이때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될 만한 일을 선택하는 것,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분석하고 판단해서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게 스님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그동안 공부해온 계율과 현실의 연결고리로 도덕 및 윤리를 떠올리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도덕성 회복이 인간사회 정상화 지름길
책은 도덕이란 무엇인가, 윤리란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말한다. 도덕이 종교에서 나오는 것인가, 또 문화상대주의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말하기도 하고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묻는다. 스님은 이 대목에서 “교황이 방문하면서 아름다운 행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는데, 그분이 간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신을 믿는 종교들은 대부분 구원을 기대하지만 결국 구원은 신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그 기본적 바탕이 바로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가 ‘도덕이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영향 받을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똑같이 고려하면서 이성에 따라 행동하려는 노력, 즉 그렇게 하는 최상의 이유가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양심적인 도덕적 행위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영향 받을 모든 사람의 이익을 공정하게 배려하는 사람이다. 그는 주의 깊게 사실들을 상세히 가려내고 그 영향을 조사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저 착하게 살고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소극적인 행동이 도덕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스님은 교황의 행보에서 감동을 받고 신에게 구원을 바라는데서 나아가 저자가 말하는 도덕적 삶을 추구할 때 인간사회가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뜨린 세 가지 사건
그리고 책에 제시된 충격적 사건 세 가지를 소개했다. 사람들을 현실의 절박함과 윤리 사이에서 혼란스럽게 할 딜레마다.
첫 번째 사례는 무뇌아인 아기 테레사 이야기다. 태어나도 며칠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 임신 기간 중 낙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부모는 출산을 선택했다. 이어 매년 최소 2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장기이식이 필요함에도 기증자가 없어 죽어가는 현실과 자식의 생명을 다른 방법으로 연장시켜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장기이식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의 결정은 병원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법원 역시 불가 판정을 내렸다. 살인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두 번째 사례는 샴 쌍둥이 이야기다. 병원은 수술을 통해 한 아이만큼은 살릴 수 있다며 부모에게 수술을 권했으나, 부모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 하나를 죽이는 일은 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이 경우 법원은 수술을 결정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사례는 12세 된 뇌성마비 장애인 아이를 아버지가 살해한 이야기다. 아이는 뼈도 정신도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했고 반복되는 수술과 약물투여 등으로 고통에 시달렸다. 때문에 배심원들은 법정 형량보다 가벼운 감형을 요구했고, 판사는 1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를 비롯해 여론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1급 살인죄로 형량을 높일 것을 요구했고, 대법원은 2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그 아버지는 ‘사람들은 이것이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라고 하지만, 이것은 고문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트레이시(아이 이름)의 몸이 절단되고 고문당한 것에 관한 문제’라며 자신의 선택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아이는 척추, 엉덩이, 다리에 수술을 받고 앞으로도 더 많은 수술계획이 잡혀 있었다. 음식물 투입 튜브를 달고, 척추에는 금속 지지대를 넣고, 다리는 절단된 상태에서 누워서만 지내 욕창이 생긴 상태였다.
여기서 저자는 ‘그러므로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우리의 감정이 우리의 견해와 반대되는 주장들을 가능한 한 많이 고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가장 우선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은 이성적인 사고를 토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란 그 일을 할 최선의 이유가 있는 일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님은 “우리가 살다보면 사회에서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지만, 대부분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의 사례에서 부모, 병원, 법, 종교인, 그리고 당사자인 아이들의 입장까지 모든 것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다방면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생각하든 단편적으로 보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사고의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할 때 상호작용도 가능
그래서 스님은 다름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만약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어떤 타당한 차이점도 찾을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욕구도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을 주목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익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에 공감했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욕구와 바람은 내가 갖고 있는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동물과 인육 문제로 논란을 빚은 몇몇 이야기들을 그 지역의 전통이라고 인정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갖춰야 할 근본 차원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방송인 홍석천의 커밍아웃으로 논란을 빚었던 동성애 문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동성애는 누구와 성행위를 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사랑에 빠지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시각의 수정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스님은 “나와 다른 것을 무조건 틀리고 잘못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상호작용도 가능하게 된다”며 책에서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화두삼아 곱씹다 보면 사고의 범위도 넓어지고 대인관계도 유연해 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윤리 이기주의를 넘어선 공리주의
스님은 여기서 ‘인간은 진정으로 이타적인 존재일 수 있는가’를 화제로 던졌다. 일반 사람들이 일상에서 순수하게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가, 보시․자비․보살행을 설명하면서 인과응보를 말하면 과연 진정한 무주상보시가 가능할 수 있겠는가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스님은 윤리적 이기주의를 설명했다.
스님은 ‘윤리적 이기주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자기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이론은 이기적인 행위는 지지하지만 어리석은 행위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욕심을 부리거나, 나쁜 짓을 하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이기가 아니라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이기주의와 어리석음에 대한 구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책의 모든 문제가 공리주의로 귀결되는 것 같다”고 말을 이은 스님은 “도덕, 종교, 의학, 법학 등 무엇이든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것이 공리주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공리주의를 설명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인간행동의 목적은 당연히 도덕성의 기준도 된다. 그리고 인간행동을 위한 규칙과 교훈으로서 정의할 수 있는 도덕성의 기준은, 앞서 묘사된 바와 같이 최대한 고통에서 자유롭고 기쁨이 충만한 삶이 가능한 한 최상의 범위까지 모든 인류에게 더 나아가 모든 감각이 있는 피조물에게까지 확보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의해 규정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 것도 윤리적 이기주의를 넘어서 공리주의를 추구하는 삶이 이어질 때 세상도 그만큼 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 이후 찾아야 할 것은 도덕
5년 전 이 책을 처음 본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는 스님은 “융통성도, 배려심도, 이해심도 부족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어떠한 문제를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보는 힘을 갖게 됐다”고 변화된 스스로의 모습을 전하면서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역사적 문제까지 돌아보게 한다”며 독서를 통한 사고 영역의 확대까지 가능하게 했던 책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달라이라마도 지금 우리 사회는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잇다. 지금까지는 오랜 시간 동안 종교가 수많은 역할을 해왔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다양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종교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 그런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도덕”이라고 확신했다. 도덕성을 회복하고 양심을 회복하는 것, 진리로 나아가기 위해 내적인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스님은 이 책을 만난 이후로 부처님 가르침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사문화된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현실주의나 인간의 모습들을 알아가면서 부처님 가르침들이 다시 살아난 듯 각인되기 시작했다”고 회고한 스님은 그때서야 살아 있는 부처님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고의 기저도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느낌으로 불교로 회귀하게 됐다.

현대윤리인 대승계 살아야 불교도 생존
스님이 전공한 계율은 흔히 혼용되고 있으나 엄격하게 말해 계는 일반적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해서 노력하고 것이고, 율은 조직의 법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도덕철학에서 말하는 것들은 불교적으로 볼 때 계와 더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스님은 여기서 “도덕에서 말하는 윤리를 뛰어넘는 대승계가 현대윤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승계가 살아날 때 불교도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윤리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 계라는 말이다.
스님은 일부에서 계율을 터부시하는 풍조도 있으나 이 책을 통해 계율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고 고민하는 연습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한 고민이 숙성될 때 생명윤리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답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스님에게 책은 망원경이자 현미경이다. 세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도 있고, 멀리서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책이다. 그래서 스님은 자신의 사고영역을 넓혀준 책들이 꽃혀 있고 그 책들을 꺼내 볼 수 있는 공간을 “나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 설명한다. 참선하는 스님에게 좌복과 죽비가 하는 역할을, 강의하고 방송하는 스님에게는 책이 대신하고 있다. 그곳에서 스님은 하루하루 자신을 성장시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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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 스님이 추천하는 책

 
‘달라이라마의 종교를 넘어’
달라이 라마 지음/ 이현 옮김/ 김영사

달라이라마가 급변하고 다양화되는 21세기를 바라보면 인류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행복의 길을 제안한 책입니다. 최고의 종교지도자가 진솔하게 전하고 있는 책에는 인류의 평화로운 지속을 위한 지혜의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티베트의 정치지도자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현실 사회에서 종교가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고, 종교 이후 세상을 이끌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달라이라마는 이 책에서 종교를 기반으로 해답을 찾는 것은 결코 보편적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앙 여부에 관계없이 똑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도덕에 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오연호 대표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두 분이 3개월 동안 나눈 심층대담을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남과 북을 포함한 우리의 미래와 새로운 100년을 전망하고 있는데요. 현재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며, 우리의 미래가 안전하고 더 나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하고 있습니다. 법륜 스님은 고대사부터 근대사까지 광대한 역사기행을 펼치면서 민족의 뿌리, 분단의 뿌리를 찾고 붕괴되어 가는 북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지요. 또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통일 정책을 냉철하게 평가하면서 남북을 뛰어넘는 실질적 통합이 진정한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윤리’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아카넷

이 책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화 담론의 도덕적 의미를 치밀한 논증을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간섭 및 침략 행위, 교토 의정서, WTO와 UN의 개혁, 국가 간의 빈부 격차 해소 등 주요 국제적 현안들에 얽힌 강대국의 비윤리성을 낱낱이 고발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윤리적 해결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를 치밀하게 반성하고, 이를 통해 세계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서 사유를 잃어버렸다고 하는데요. 이 책은 그런 세대를 위해서 진정한 공부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버전의 인문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중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유체계에 대한 비판적 도전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독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길러주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가 고등교육을 거부한 채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공부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성공하기 위해, 보여주기 위해 공부한 것이 아니라 알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때문에 공부를 했다는 저자가 공부의 기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가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은 모든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만3000년 전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저자는 제국, 지역, 문자, 농작물, 총의 기원뿐만 아니라 각 대륙의 인류사회가 다른 발전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벗겨내고 있습니다.

 

[1259호 / 2014년 9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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