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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지도자가 대중 호응 못받는 까닭

기자명 명법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9.05 20:19
  • 수정 2014.11.15 15:47
  • 댓글 1

며칠 전 잘 알고 지내는 스님으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교황의 방문 이후 살맛이 나지 않는데, 가톨릭이 잘 나가는 것이 배 아파서가 아니라 한국불교의 현실이 부끄럽고 절망적이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교황의 방한 기간 동안 나는 국제불교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국외에 있었다. 그 덕분에 간간히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팔월 하순 한국사회를 달아오르게 했던 몇 가지 이슈들에 대한 감각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교황의 방한에 대하여 그 스님처럼 직접적인 절망감은 없지만 그의 위기의식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교황의 방한은 한국사회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교황과 가톨릭에 대한 호감이 급증하고 있고 교황이 던진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에 대하여 종교계 뿐 아니라 정치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교황의 방한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은 대체로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 가톨릭의 교세 확장을 부러워하면서 한국불교의 장래를 걱정하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교황청의 정치적인 의도라든가 전략, 이미지 메이킹의 성공 등으로 그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는 입장이 있다.

그런데 어떤 입장에 서든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다름 아니라 교황의 방한이 종교지도자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그것은 전통적인 종교적 권위에 의존하는 종교지도자들이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대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그만큼 대중적 영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어느 누구도 교황과 같은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중들의 존경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교계는 가톨릭의 교세 확장이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의 확대와 같은 현실적인 측면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불교가 대중들의 마음에 어떻게 호소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불교계도 그때그때 제기되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동참하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지도자들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교황이 보여준 수많은 감동적인 이야기 중에서도 신부와 수녀들에게 “고약한 노총각 노처녀가 되지 말라”고 한 교황의 발언은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어디서 나오는지 잘 보여준다. 자신이 속한 교단의 사제와 수녀들에게 자칫 그들이 빠질 수 있는 인간적인 약점들을 솔직하게 지적하는 촌철살인의 유머에서 사람들은 교황의 인간적인 매력과 교단의 책임자로서의 진실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정의를 말하면서 자신이 속한 교단의 정의를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어줄 수 있을까? 가톨릭 조직의 개혁, 로마교황청 은행의 개혁 등등 교황이 보여주는 행보는 그의 말이 단지 말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고 있음을, 그래서 종교지도자로서 가톨릭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믿는다. 대중의 기호에 영합한다면, 시류를 잘 탄다면, 또는 기득권 세력의 비호를 받는다면, 진실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이번 교황의 방한이 한국종교의 악화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명법 스님 myeongbeop@gmail.com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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