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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약속

기자명 퇴휴 스님

“진상규명 특별법과 검·경이 수사하고 있는 것 외에 특검도 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유가족의 의견이 항상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16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약속한 내용이다. 이 말을 듣고 가슴 뭉클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하는구나, 유가족의 갑갑하고 답답함에 공감 하는구나 생각했다.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 대통령이 3달 만인 9월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야권 및 유족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16일 이후 5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원인도 모른 채 300여명이 죽음을 당했고,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참으로 불가사의 한 일이다. 지금도 10명은 시신조차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 맨 땅에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그 많은 고위 관리와 정치인들이 국민과 유족 앞에서 눈물로 사과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그러나 지금은 누구하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카카오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한 근거 없는 악성 소문들을 퍼뜨리고 있다. ‘숨진 아이들로 장사한다’, ‘전기료도 안 낸다’, ‘대학에 특례로 들어간다’ 등 감정 섞인 발언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확대 재생산되면서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도 세월호 유가족 때문이고, 관광객이 안 오는 것도 유가족 때문이라고 가슴에 못을 박으며 이제 그만 세월호 문제는 접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세월호유가족대책위가 대한변협과 민변의 도움을 받아 만아 7월9일 국회에 입법청원한 내용을 보면 공무원시험 가산점이나 대학 특례전형, 의사자 지정, 상속세·통신·전기·금융비용 감면, 교육비 지원,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지원, 국가추념일·추모공원·추모비 등의 요구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왜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 됐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우리 아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아마도 진상이 규명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시간끌기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정리하고 싶다면 전제돼야 할 선결조건이 있다. 명백하게 진상이 규명될 수 있는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면서 약속했던 철저한 진실규명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들은 팽목항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약속했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들하고 이야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됩니다.”

세월호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님께 간곡히 제안을 드린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진상규명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의견이 수용된 진상규명위가 구성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이 보장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안전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시작해야한다. 

퇴휴 스님 toehyu@hanmail.net

[1262호 / 2014년 9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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