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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선물 산사음악회

산사음악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세로로 불기 시작할 즈음 추억처럼 산사음악회가 찾아온다. 산사음악회는 산사(山寺)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복잡한 도심 속 시멘트 건물의 각지고 모난 세상에 상처 입은 이들을 품어줄 성글고 둥근 자연이 그곳에 있다. 산사음악회는 단순히 음악회가 아니다. 눈을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즐기는 힐링의 장이다. 맑은 하늘과 산, 그 속에 깃든 절, 고졸한 대웅전과 이끼 낀 탑, 가을밤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선율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색다른 체험이다. 이런 이유로 산사음악회는 템플스테이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문화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2001년 청량사를 시작으로
매년 100개 사찰에서 열려

불교와 지역축제 어우러져
대표 문화콘텐츠 자리잡아

산사음악회의 역사는 깊지 않다. 2001년 열린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효시로 꼽힌다. ‘천년의 속삭임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을 주제로 열린 봉화 청량사의 산사음악회는 파격 그 자체였다. 음악회를 위해 산문을 개방하는 것도 이채로웠지만 깊은 산사까지 발걸음이 이어질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협소한 공간과 접근이 쉽지 않은 입지조건에도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성공을 거뒀다. 고즈넉한 산사의 작은 대웅전을 배경으로 안치환, 한영애, 장사익 등 대중가수는 물론 가곡과 국악, 시낭송과 무용이 어우러졌다.

조그만 산사에는 각지에서 온 수천 명의 인파가 밀려들었다. 참석자들은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산사를 울리는 은은한 선율에 몸과 마음을 맡겼다. 그리고 그때의 감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날의 행사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했기에 울림이 컸다. 이후로 많은 사찰들이 산사음악회를 열고 있다. 도심과 자연, 전통과 현대, 출세간과 세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산사음악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을마다 음악회를 여는 산사는 100여 곳에 달한다. 그러나 모든 음악회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역사가 10여년이 넘어서면서 명과 암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 예전에 비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고 대중들의 눈높이도 높아지면서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산사음악회를 독자적으로 열기보다는 사찰과 지역 특성을 살린 축제의 일환으로 준비되는 경우가 많다. 개산대재를 맞아 괘불이운법회와 함께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사찰음식축제와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또 구절초나 상사화 축제와 같은 지역축제를 사찰과 지역민이 함께 준비하면서 지방의 특성을 살린 산사음악회로 변화를 시도하는 곳도 많다.

톺아보면 성공한 산사음악회는 다 이유가 있다. 음악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역사와 문화, 혹은 생명과 평화 또는 지역의 전설과 설화 등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음악을 선곡하고 출연자를 섭외하기 때문에 질이 높다. 산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성공요인이다. 그러나 산사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별다른 주제 없이 인기출연자에 의존하거나 많은 예산을 들여 과시용 행사로 열린 경우 예외 없이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 김형규 부장
지금 전국의 산사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11월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산사음악회에는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을 재연한 스님들의 장터와 불교무술, 숲길걷기, 사찰음식, 여기에 장중한 불교의식까지 체험할 수 있다. 마음에 여름날 뜨거운 태양의 화기가 남아있다면 산사에서 들려주는 시원한 선율에 날려 보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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