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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월원불유망 일중위지경

원문 : 月圓不逾望이고 日中爲之傾인데 庭前柏樹子는 獨也四時靑이네

번역 : 달은 둥글어도 보름을 넘지 못하고 해도 정오가 되면 기우는데 뜰 앞의 잣나무는 홀로 사계절 항상 푸르구나.  ‘청허당집’ 중에서 ‘초당영백’

서산대사가 선의 핵심을
20자로 줄인 명품 선시
반야지혜 체득했을 때
도달 가능한 불이 세계

서산대사 휴정의 시문집 ‘청허당집’에 나오는 ‘초당영백(草堂詠柏)’이란 오언절구 전형적인 선시이다. 조주선사의 ‘조주록’과 ‘무문관’에 나오는 ‘무자화두’와 쌍벽을 이루는 ‘여하시조사서래의(如何是祖師西來意)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 화두’를 20자 시로 읊은 명품 선시이다. 시 속에 깃든 선지(禪旨)나 철리(哲理)가 당송의 선시를 뛰어넘는 격조 있고 품격을 잘 갖춘 좋은 시이다.

달마대사가 서쪽 인도에서 동쪽나라 중국에 온 목적은 무엇일까? 대장경의 교법(敎法) 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마음을 직접 깨달아 견성성불하는 선법(禪法)을 전해주기 위함이다. 마음이 부처요 중생이 바로 부처임을 깨우쳐주기 위해 온 것이다. 이것이 중국 선종의 남상(濫觴)이다. 선은 우리의 본래마음인 부처의 마음을 깨치는 수행법으로 불교의 정수(精髓)이다.

조주선사가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자상하고 친절한 대답이 아니라  “뜰 앞에 서있는 잣나무(측백나무)이다”라는 황당무개한 동문서답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한 마디로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학자라면 ‘연기법’, ‘인과법’, ‘무상’, ‘중도’, ‘공’, ‘ 선’, ‘마음’ 등으로 답변할 것 같다. 선사는 상대방이 알아듣던지 모르든지 알 바 없이 단번에 깨우칠 수 있는 상징적이고 응축된 공안 화두의 언어로 대답한다. ‘뜰 앞에 잣나무이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是甚麽) 하고 참구 생각한다. 이것을 ‘화두 공안’이라 한다.

‘왜 조주선사가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뜰 앞에 잣나무라 했을까?’하고 의문을 가지고 정신을 하나로 집중해 삼매의 경지에 이르면 조주선사의 마음을 통채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인 자성 불성이 드러나서 깨달음의 지혜를 얻어 성불한다는 ‘간화선법’이다. 필자는 불교대학 재학시절에 조주선사의 ‘정전백수자’의 화두를 접하고 오랜 시간 씨름하다가 서산대사의 ‘초당영백’의 선시를 접하고 그 의문이 풀렸다. ‘뜰 앞에 잣나무는 항상 사시사철 푸르듯이 부처님의 정법 또한 영원히 변함없는 진리이다.’

‘마음이 부처로구나. 중생인 내가 바로 부처로구나. 연기와 중도가 부처님이 깨달으신 영원한 진리로구나.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것을 인식하는 기준이로구나 이것은 영원불변하는 진리로구나’

부처님의 교법에 대한 믿음과 나의 본성인 불성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감이 충만하게 되었다. 내가 한 순간 똥통에서 헤매며 방황하는 중생이었더라도 나의 참된 마음인 불성은 똥통에서도 오염되지 않고 지옥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영원한 금강석임을 믿게 되었다. 사시상청 늘 푸른 상록수이다. 그래서 서산대사는 ‘뜰 앞에 잣나무는 홀로 사시에 늘 푸르다’고 읊은 것이다.

중생이 살고 있는 현상계는 둥근달이 보름이 지나면 초승달이 되고, 동쪽의 아침 해가 저녁이 되면 서쪽에 기울어 노을이 진다. 이것은 자연계의 이법이다. 그러나 공의 세계인 일심진여의 세계는 무상과 무아가 없다. 시간도 없고 생사도 없다. 상락아정(常樂我淨) 항상 열반수인 상록수이다.

선정삼매의 경지에서 반야지혜를 체득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세계이다. 불이(不二)의 세계이다.

마음이 훌쩍 우주 창공 밖으로 뛰쳐나가니
해도 달도 없고 밤낮도 없네
삼세(三世)의 시간이 사라지니 생사가 어디로 갔는가
남산의 소나무는 사계절 홀로 푸르구나 (남산의 소나무)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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