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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어난 감동 수기 가을 선운사를 물들이다

제1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템플스테이

▲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들이 도솔암 마애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부처님 가피로 모든 역경들을 이겨낸 얼굴 얼굴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고 불교방송과 법보신문이 공동주관했던 ‘제1회 신행수기 공모’의 감동이 고창 선운사를 가을빛으로 물들였다. 대지에 피와 땀을 뿌려온 농부가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듯, 어둠의 긴 터널 끝에 부처님을 만난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한데 어우러지며 초가을 도솔산을 장엄했다. 10월11~12일 선운사에서 진행됐던 ‘조계종신행수기 당선자 템플스테이’에서 12명 참가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행복을 나눴다. 그것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가피였다.

신행수기 당선자 12명 참가해
10월11~12일 선운사서 개최
경내 둘러보며 가을산사 만끽
이야기나누기로 울고 웃기도

10월11일 서울, 춘천, 전주, 광주, 청주, 밀양 등 각지에서 온 당선자들이 선운사에 도착했다.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20명 가운데 해외 거주자나 육군사관생도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제외한 12명은 사는 곳도, 살아온 삶도 다르지만 부처님을 향한 마음만은 하나였다. 선운사 경내를 거닐며 해후의 기쁨을 나눈 후 템플스테이 복장으로 갈아입고 지장보궁으로 향했다. 지장보궁에는 조선 초기에 조성된 보물 279호 금동지장보살좌상이 봉안돼있다.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전까지 해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서원은 그대로 참가자들 서원이 됐다.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지장보살을 바라보는 눈빛 눈빛마다 간절한 신심이 출렁였다.

지장보살을 향해 삼배를 올리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입재식을 봉행했다. 입재식에서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은 “기도와 수행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나가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다만 ‘신해행증(信解行證)’의 뜻을 되새겨 기도와 수행이 보다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배현 법보신문 대표는 “처음에는 신행수기 공모가 잘 진행될 수 있을 지 걱정했으나 많은 불자들의 동참으로 책까지 엮어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입재식에서 법만 스님은 참가자 전원에게 전각도장을 선물로 나눠줬다.

입재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차담을 나누며 선운사의 역사를 들었다. 577년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 스님은 인근에 모여 살던 도적들을 불법으로 교화시키고자 소금을 구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에 마을사람들은 검단 스님 은덕에 보답하기 위해 해마다 봄, 가을이면 소금을 보시하면서 이를 ‘보은염(報恩鹽)’이라고 불렀다. 참석자들은 검단 스님의 보리심 서린 선운사의 역사를 마음 깊이 되새겼다.

▲ 담당자의 안내로 선운사 경내를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선운사 경내를 둘러보면서는 무르익기 시작한 가을을 만끽했다. 선운사는 빼어난 풍광과 동백의 고아한 자태로 예로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날은 특히 도솔천을 거슬러 올라온 가을정취가 선운사로 슬쩍 발을 들여놓으며 환희로움을 더했다. 참석자들은 대웅보전과 만세루, 관음전, 영산전 등을 둘러보고 부처님을 참배했다. 짧은 시간에도 마음을 나눈 참석자들 웃음소리가 선운사의 가을을 그윽하게 만들었다.

▲ 각자의 삶에서 경험했던 가피 이야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저녁공양 후 어스름 내린 경내에 불전사물의 일승원음(一乘圓音)이 울려 퍼졌다. 중생의 번뇌가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의 맑은 소리에 씻기어 흘러내렸다. 귀를 청아하게 울린 불전사물의 감동은 참석자들의 이야기나누기로 이어졌다. 사업실패로 자살을 계획했으나 절수행과 경전독송으로 현재 나눔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호(일월)씨는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여러분들을 만나니 신심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잠시 중단했던 새벽기도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유방암 3기의 청천병력 같은 상황에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양현정(향운화)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템플스테이에 동참해 참가자들의 귀감을 샀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직 부처님을 의지해 살아온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병마의 고통에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순간만큼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삶에 대한 의문으로 20대부터 부처님 가르침을 찾아 헤매온 이현예(수경화)씨는 신행수기 상금을 미얀마 사원에 대중공양 올렸다고 밝혀 박수갈채를 받았다.

안화복(대애도)씨는 사위가 간암말기 판정을 받았으나 부처님 가피로 새 생명을 얻은 이야기를 전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사위를 위한 기도를 간절하게 이어가면서도 어렵게 입학한 대학생활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학사모를 쓸 수 있었다. 그는 “간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9시간에 걸친 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꽃처럼 환하게 웃는 사위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정육(화선지)씨는 부단히 정진하는 가운데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피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산다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밖에도 정은주(법성화), 전명숙(감로심), 전춘택(심인), 한현숙(무상화), 황보림(길상정), 서승례(보현성)씨와 몸이 불편한 조희성(자성)씨를 대신해 참석한 딸 조미향씨는 눈물 흘리고 웃음 지으며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결국 이야기나누기는 예정됐던 시간이 훌쩍 넘은 저녁 9시30분에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숙소에 돌아와서도 밤하늘에 빼곡히 들어찬 별빛을 벗 삼아 여운을 이어갔다.

▲ 이른 아침, 가을정취 가득한 길을 걸어 도솔암으로 향했다.

이튿날 새벽예불로 일정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도솔암으로 향했다. 전날 못다 한 이야기들은 가을바람 불어오는 오솔길에서 꽃으로 피어났다. 꽃은 아픔과 좌절과 고통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극복한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바람결에 흘려보냈다. 도솔암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간절한 기도로 가을 깃든 도솔산을 장엄했다. 그리고 마애불상이 굽어보는 그곳에서 다시 한 번 꽃향기를 흘려보냈다. 저마다의 숭고한 여정을 담은 바람이 도솔산을 타고 내려가 사바세계에 이를 즈음이면,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마애불은 다만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도솔암 참배를 마치고 선운사로 내려온 참가자들은 만세루에서 법만 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각자의 삶을 간직한 채 선운사로 모인 이들은 이틀간의 일정을 통해 서로를 끌어안으며 어느덧 하나가 돼있었다. 신행수기 공모 당선으로 시작된 작은 인연이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만들어줄 마중물이 되어주길 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과 함께한 참가자들.

헤어짐을 준비하는 얼굴에 아쉬움 가득했지만, 오늘의 인연이 결코 이곳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어려움을 만나게 될지라도 부처님 법에 의지해 그것들을 이겨낸다면, 그 길 끝에서는 언제나 지금처럼 도반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비단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뿐만 아니라 모든 불자들이 마찬가지리라. 참가자 모두는 다음으로 이어질 인연을 기약하며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템플스테이’, 그 첫 번째 기억을 가을로 물든 선운사에 남겨뒀다. 

고창=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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