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혁신 아이콘 카메라

조계사 국화축제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도량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꽃길을 걸으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 ‘화엄국토’ 현장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카메라(CAMERA)는 라틴어로 ‘방, 침실’이라고 하는데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어두운 방’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 ‘어두운 방’을 들여다보자.

사막과 초원을 오가며 움막생활을 했던 아랍인들은 천막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빛이 들어 와 어두운 천막 안에 바깥의 풍경을 거꾸로 비추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됐다. 빛의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있던 이라크의 이븐 알하이삼(965∼1040. ‘광학의 서’ 저자)은 그 현상에 착안 해 하나의 장치를 만들어 외부의 상들을 스크린에 담는데 성공했다. 그 장치가 바로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어두운 방’이다. 19세기까지도 색감과 사실적 묘사에 천착했던 화가들이 그림 작업의 보조기구로 들고 다녔던 게 ‘카메라 옵스큐라’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극장무대의 배경을 그리던 화가 루이 다게르(1787∼1851) 역시 곧잘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한 풍경화를 화폭에 담았다. 어느 날, 한 생각이 스쳐갔다. “카메라 옵스큐라에 비쳤던 풍광을 보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5년 연구 끝(1839년)에 카메라 옵스 금속판에 8시간씩 빛을 비쳐야 했던 과정을 단 20분으로 줄여버린 그는 곧이어 ‘다게레오 타이프’라는 최초의 카메라를 세상에 선보였다. 100여 년 전 자동 스냅샷 카메라를 내놓으며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던 코닥, 필름의 대명사 코닥 기술부가 1975년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다. 그러나 경영진은 외면했다. ‘디카가 성공하면 필름을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우매한 두려움’때문이었다.

1980년 초반까지만 해도 시골에서의 카메라는 부의 상징(승용차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중 하나였다. 도시가 아닌 군면 단위의 시골동네 중고등학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볼 수 있는 기회는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떠날 때나 찾아왔다. 그것도 사진관에서 공동렌탈 해야 했다. 대여료가 비싸서가 아니라 사진관이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 물량으로는 어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1998년을 기점으로 소니와 캐논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았다. ‘큰 굴레’였던 필름 값과 현상비에서 자유로워진 대중들은 부담 없이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는 내 친구’시대라 명명할 만하다. 2007년을 기점으로 애플과 삼성이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앞 다퉈 선보였다. 스마트 폰 화소 800만을 자랑하는 지금, 내 일상의 순간순간을 렌즈에 담아내는 지금은 분명 ‘카메라 전성시대’다.

카메라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혁신은 기존의 통념을 깰 때 가능하다고 ‘어두운 방’으로 새 세상을 연 알하이삼이 이미 전했다. 그는 ‘진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의문을 가져라!’ 세 가지 방편을 전했다. ‘고대 문헌을 무조건 믿지 말라’, ‘논증과 실험에만 굴복하라’,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의문을 가져라!’ 하지만 고정관념 타파에 관한한 임제만한 일갈이 없다.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이라’한 임제 아닌가.

혁신의 선두주자였던 코닥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쌓았지만 그 안에서 안주했다. 자신이 만든 ‘시간의 굴레’에 갇혀버린 코닥은 결국 파산의 길(2012년)을 걸었다. 알하이삼의 당부, 임제의 할. 단 한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였어도 코닥이 인쇄사업으로 새 출발 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손에 든 카메라를 유심히 보니 ‘카메라 전성시대’는 철회해야 할 것 같다. 일반 카메라 보다는 스마트폰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핸폰디카 전성시대’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269호 / 2014년 11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