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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람 명상지도 혜안 스님

  • 수행
  • 입력 2014.11.17 17:22
  • 수정 2016.02.24 16:43
  • 댓글 2

“수행의지도 넘치면 집착…어깨 위 과거·미래 놓아버리세요”

▲ 혜안 스님은 ‘놓아버리기 명상’으로 창원 신불사를 찾는 재가자들에게 평화로운 마음을 지니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놀랐다. 참불선원이 아잔 브람 스님을 초청한 2013, 2014년보다 한 해 앞서 아잔 브람 스님 책을 번역했다. 혜안 스님은 2012년 ‘놓아버리기’(공리)를 번역해 출간했다. 영국 출신 아잔 브람 스님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 호주에 최초 수행센터 보디냐나를 세운 세계적 명상가다. 특히 스님의 명상수행법과 법문을 담은 동영상은 매년 수백만명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혜안 스님이 궁금했다. 11월8일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좁은 길 끝에서 조계종 신불사(cafe.naver.com/ sinbulsa)를 만났다. 혜안 스님은 놓아버리기 명상 입문과정 회향을 준비 중이었다.

경허 스님 일대기 읽고 발심
서울대 졸업후 통도사로 출가
진불암서 수행 중 의문 생겨
아잔 브람 스님 책 읽고 환희
호주 보디냐나선원서 정진해

창원 신불사서 명상센터 운영
토요일엔 심화실참과정 지도

▲ 혜안 스님
혜안 스님은 보디냐나에서 수행하던 중 만난 아잔 브람 스님을 생생히 기억했다. 내면을 가득 채운 행복이 전신에 넘쳐흐르고 있었다고 했다. 행복에 젖어 빛났으며 행복 그 자체라고 회고했다. 빛을 찾아 나섰던 이유를 물었다. 혜안 스님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의문이 들었다. 우연이라는 순간은 불연이라는 운명이었다. 1995년 재수시절 경허 스님 일대기를 다룬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을 읽었다. 논리를 뛰어넘는 직관의 깨달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성공가도보다 생로병사 고리를 끊는 게 가치 있다고 믿었지요. 서울대를 졸업한 그 해 2001년 통도사 청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습니다.”

혜안 스님은 서울대 재학시절부터 공부보다는 수행에 더 깊이 빠져 있었다. 서울대엔 ‘선우회’라는 수행모임이 있었고, 이미 출가했던 선배들도 적지 않았다. 여기서 수행하면서 출가는 본분사처럼 다가왔다. 출가 뒤 스님은 더 매섭게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통도사와 범어사 승가대학에서 공부가 끝나자 첩첩산중으로 자신을 가뒀다. 해발 900m에 자리한 표충사 진불암에서 홀로 정진했다. 수행이 궁극적 행복의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산철벽에 부딪혔다. 의욕을 잃었고 방황했다.

답을 구하고자 초기불교로 눈을 돌렸다. 경전을 읽었고 초기불교 수행전통을 확인하고자 태국을 찾았다. 태국 북동부 우본 라찻타니 지역의 파나나찻 사원에 이르렀다.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원으로 외지에서 온 스님들은 물론 아잔 브람 스님도 수행했던 곳이었다. 또 다시 운명은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왔다. 도서관서 아잔 브람 스님의 명상지침서 ‘Mindfulness, bliss and beyond’를 들고 행복으로 향하는 비밀의 문을 열었다.

▲ 혜안 스님은 2012년 아잔 브람 스님의 명상지침서 ‘Mindfulness, bliss and beyond’를 번역해 ‘놓아버리기’란 이름으로 출간했다.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습니다. 선정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달하는지 뚜렷해졌지요. ‘법구경’이 전하듯 지혜 없는 선정은 없고 선정 없는 지혜도 없었습니다. 선정과 지혜는 한 손의 양면과 같았습니다.”

아잔 브람 스님은 사마타는 수행에서 생기는 평화로운 행복이며, 위빠사나는 똑같은 수행에서 나오는 명확한 이해라고 봤다.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것. 한국불교에서는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쌍수(定慧雙修)와 다를 게 없다는 게 혜안 스님 설명이다.

“진정한 수행은 에고의 표현인 강한 의지가 아닌 그 의지의 놓아버림입니다. 자신과 싸움이 아닌 내면의 평화이자 불만 아닌 만족과 포용입니다. 놓아버리고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무는 순간순간이 수행의 길이라 믿습니다.”

혜안 스님은 깨달음을 향한 지나친 의지를 경계했다. 탐심이자 부정적인 원인이랬다. 답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긴장과 불안을 낳고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잔에 물이 차면 넘치듯 마음에 강한 의지를 담으면 불안과 긴장이 마음잔을 넘쳐흘러 온 몸을 적신다고 일렀다. 나아가 이 탐심은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진심인 성냄으로, 즉 불만으로 커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고.

문득 혜안 스님이 웃었다. 스님 찻잔에 담겼던 차가 어느 새 자리를 비웠다.‘불교명상센터’라는 꼬리표 하나 달고 자율보시로 운영하는 스님의 텅 빈 마음자리엔 선한 인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도반이자 카툰작가 어라 스님이 달력을 제작, 판매해 보시하려 한다. 명상 입문과정이 끝났지만 11월15일부터 토요일마다 여는 심화과정에도 수행자들이 노크 중이다. 팟캐스트 ‘혜안스님의 불교명상 가이드(m.podbbang.com /ch/8184)’도 듣는 이가 늘고 있다. 비우니 충만했다.

화목보일러로 난방하는 신불사 혜안 스님 지게에는 얼마나 많은 땔감이 담길까. 나무하러 가는 길에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도 지게가 무거우면 어깨와 다리만 아플 뿐 호수의 평화로운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난방에 필요한 땔감 올리고 나면 스님 지게는 가뿐하리라. 마침 늦가을 비 소식에 땔감 하러 갈 일 없어졌다. 지게, 지금 여기서 쉰다. 055)231-4494

창원=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270호 / 2014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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