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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금은 시주금일 뿐이다

기자명 윤청광
한국불교는 16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는 동안 실로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대작불사(大作佛事)를 일으켜 왔다.

경주의 불국사와 석굴암을 비롯해서 팔만대장경, 성덕대왕신종, 쌍사자석등, 팔상전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적인 문화재와 예술품은 물론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작불사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대부분의 대작불사는 신심 지극한 불자들의 지극정성으로 이루어졌고 그 뒤에는 반드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재력가의 ‘큰 시주’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먼 훗날 구전(口傳)과 기록(記錄)으로 그 이름이 알려졌을지언정 대작불사 당시에는 그 공덕을 세상에 널리 떠벌리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들은 아름다운 무주상(無主相)보시를 실천했을 뿐, 결코 세상에 자랑하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무주상보시의 신행은 오늘날에까지 그대로 이어져 한국불교중흥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6·25의 전화로 불타버린 오대산 월정사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결정적인 큰 시주를 해준 것도 큰 재력가였고, 불타버린 범어사의 내원암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큰 돈을 도와준 것도 큰 재력가였으며, 오늘날의 송광사 중창불사에도 숨은 재력가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물론 그 엄청난 규모의 대작불사가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의 돈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수많은 불자들의 ‘십시일반의 시주’가 보태어져 이뤄낸 것이지만,대부분의 대작불사에는 큰 시주가 큰 도움이 되어 왔던 것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어느 대작불사에도 건물은 어느 재력가가 지어주었고, 불상은 어느 재력가가 시주했으며, 범종은 어느 재력가가 시주했다더라 하는 입소문이 번지고 있지만, 그러나 정작 큰 시주를 했다는 그 재력가들은 단 한번도 그 사실을 떠벌리며 자랑한 일이 없다.

그런데 이 지극한 정성과 신심으로 이루어지는 큰 시주를 순수한 시주로 보지 않고 뇌물로 간주하여 범죄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 불자들을 슬프게 하고 분노케 하고 있다.

김태복 장군은 군법당에 석탑을 시주받고 뇌물로 몰려 온갖 불이익과 불명예를 뒤집어 쓴채 억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남기 거사는 어느 재벌에게 불사금 권선을 했을 뿐인데 뇌물을 강요한 것으로 몰려 곤욕을 겪고 있다.

일찍이 무학대사가 말씀하신대로 “개의 눈으로 보면 개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인다”더니 시주를 뇌물로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눈을 지니고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국불교 1600년 사상 그때 그때마다 당시 재력가들의 큰 시주가 없었다면 아마도 대작불사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며,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은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불사에 동참하여 큰 돈을 시주한 숨은 재력가들은 결코 부처님이나 스님에게 대가를 바라고 시주한게 아니다. 첫째는 지극한 신심과 정성의 발로요, 둘째는 선조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이요, 셋째는 가정의 평안과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뜻밖에 더 이상 부처님과 스님께 무슨 대가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정치인들은 수천만원, 수억원을 업자나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받아먹어도 떡값이다, 정치자금이다 하는 핑계로 면죄부를 남발하면서 시주금을 뇌물로 몰아 붙여 단죄하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그것도 다른 사이비종교의 사기성 거액헌금과 가정파탄은 뿌리뽑지 않으면서 유독 불교의 시주금만을 물고 늘어지는 저의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개의 눈으로 보면 개로 보이고,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이나니” 제발 제대로 된 사람의 눈으로 ‘시주금은 시주금’으로 보기 바란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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