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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영령 천도의 시간을 갖자

기자명 심산 스님
몇 년 전 조계종 포교사들이 수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 끝에 부산 보훈병원에 조그마한 법당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월 둘째와 넷째 목요일이면 강당에서 환자와 가족을 위한 법회가 열린지도 십년의 세월을 헤아리고 있다. 법회 때마다 백 명 남짓한 불자들이 모여 지극한 정성으로 법회를 보고 있다. 병원 법회가 그렇듯이 반은 환자복을 입은 환자이고 반은 보호자들이다.

환자 중에는 휠체어를 탄 거동이 불편한 분에서부터 잠시도 링거를 떼지 못하는 분까지 모습도 병명도 다양하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할수록 마음은 더 지극하다. 작은 상황하나에도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은 육이오 한국전쟁과 월남 참전 용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월남전 용사들은 그래도 좀 젊다. 그러나 한국전 용사들은 어느새 머리 위에 서리가 하얗게 내린 칠순을 넘긴 노인이 되었다.

이 분들을 위해 매년 유월이면 소박하게 위안잔치를 가지는데 이날만큼은 천도재와 함께 약간의 여흥이 있게 된다. 어느 해엔가 여흥의 시간에 가슴 뭉클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상의 용사가 자청해 나오더니 “ 청춘을 돌려다오 이 못난 내 청춘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국가의 운명 앞에 목숨마저도 내 던지던 혈기의 청년은 세월의 흐름 앞에서 원망 아닌 원망으로 내 청춘을 돌려달라고 목 놓아 노래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 노래는 더 이상 흥에 겨운 장단이 아니라 삶의 애환에 젖은 한탄과 서러움의 절규였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공허의 메아리였다.

이런 아픔이 어찌 그 한사람만의 일이겠는가. 본인은 물론 주변의 가족과 친지들의 가슴까지 아프게 울려놓고 한을 서리게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표현되어지지 않는 알 수 없는 많은 희생을 통해 우리는 오늘을 얻었다. 그래도 그분은 살아서 절규의 몸부림을 보여주기라도 하지만, 이 땅에는 민족의 운명 앞에 자신을 바친 이름 모를 호국 영령들의 혼이 구석구석 배어있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 남북은 민족의 역사 앞에 겸허히 수용해야 할 대의와 명분을 뒤로한 채 소수 권력자의 탐욕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대화를 통한 민족의 평화통일이라는 말은 반세기를 거쳐 일관된 주장이면서도 떳떳하지 못한 부적절한 과정을 통해 마치 흥미로운 게임을 하듯 남북문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자신의 임기 내에 반짝하는 이벤트성 사고방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 다시 유월이 된 지금, 세상살이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서 남은 자들의 축제만큼이나 죽어서 이 땅을 지킨 호국영령들의 천도도 우리가 정성껏 챙겨야할 의무인 것이다. 진정으로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보내야 한다.

많은 절들이 칠월 백중을 준비하고 있다. 지성껏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나름대로 정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유월에는 모든 절들이 호국영령을 위한 천도의 시간을 신도들과 더불어 가지자는 제의를 하고 싶다. 더러는 전몰장병 위령제를 6.25에 맞춰 지내는 절들도 있고, 특별한 인연이 있는 절에서는 군부대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그 형식은 굳이 천도재의 모습이 아니라도 좋다. 나라사랑을 담은 시 낭송도 좋고, 법회를 통해 참전용사의 무용담을 듣는 것도 좋고, 전적지의 사찰을 연계해서 답사의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 정히 어떤 규격화된 의식을 통일할 일도 아니다. 종교적이 아니면 문화적으로 접근해도 무방하다.

다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래를 부르던 참전 용사의 삶을 이해하고, 나라의 운명에 인생을 바친 이름모를 생명들의 넋을 위로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밉네! 곱네 하면서라도 살아갈 수 있는 이 터전을 남겨주신 임들을 기억하는 의미에서라도 절이 앞장서서 행동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심산 스님/ 한나라문화재단 이사장
ssh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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