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1. 기적

우리는 기적이란 말을 가끔 사용한다. 절망의 순간에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살아나면, ‘기적적인 생환’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기적이란 이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에서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혹은 ‘신에 의해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오늘날 돈 우선주의
천박한 모습 반영해
진정성은 돈이 아닌
최선과 노력에 있어

그래서 이런 기적이란 말의 이면에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어떤 존재가 ‘우리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어떤 바람이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적이 지닌 의미 때문인지, 불교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교에서도 ‘기적’이란 말을 사용한다. 빨리어로 기적은 빠띠하리야(pa-t. iha-riya)라고 한다.

“께왓따여, 나는 세 가지 기적을 최상의 지혜로 깨달아 설합니다. 세 가지란 신통의 기적, 예지의 기적, 가르침의 기적입니다.”(D- Igha Nika-ya, Ke vat. t. a sutta 중에서)

위 경전은 날란다 지방에 사는 케왓따란 젊은이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신통력이 뛰어난 스님을 한 분 보내 주십사 청원하면서 시작된다. 부처님께서는 이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러자 그 청년은 두 번 세 번 거듭 부탁하게 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하늘을 날고, 물위를 걷고, 분신을 만들고, 벽을 통과하고, 해와 달을 만지는 신통을 보여준다고 해서 믿음이 없는 사람이 믿음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그거야 ‘간다리’라고 하는 주술을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께왓따여, 나는 신통의 기적에서 이 같은 위험을 보기에 신통의 기적을 꺼려하고 멀리하고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앞의 인용문을 말씀하신 것인데, 즉 진정한 기적은 ‘가르침의 기적’뿐임을 께왓따에게 가르치고 계신다.

가르침의 기적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잘못된 사유의 방식, 생각의 방식을 버리고 바른 사유, 바른 생각을 통해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경전은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적이란 것이다.

다른 경전에서도 부처님은 기적 혹은 신통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셨고, 또 제자들에게도 신통은 혹세무민하기 쉬운 것이니, 어떤 이익을 위해서 함부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신다.

오늘날 우리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고, 돈의 가치에 매몰된 것은 돈이 가져다 주는 기적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사회’이다. 그야말로 돈이 기적인 사회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돈으로 안 되는 것이 많아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사람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누리고, 권력을 통해 부정하게 축재를 해도 그들이 지닌 막강한 돈으로 그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을 받는 사람이 없다. 또는 대국민 사기를 뻔뻔하게 치고도 조사 한번 받지 않는 이도 있다. 이것은 모두 돈의 가치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하는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천박한 모습을 반영한다.

우리는 돈에서 기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의 사유와 생각의 방식을 바르게 교정하여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기적을 찾아야 한다. 진정한 기적은 하늘을 나는 것에도 있지 않고, 돈에도 있지 않고, 다만 최선을 다해서 올곧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에 있음을 부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71호 / 2014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