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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시비와 수행자 진면목

기자명 법보신문
일전에 고등학교에서 윤리과목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쓰신 금강산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반공교육을 담당하시는 일선 교사가 북녘 땅을 밟고 온 이야기이다. 그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동이 일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말이다.

김일성으로 상징되는 북쪽의 위정자들을 현재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저쪽의 문제가 아니라 이쪽에 살고 있는 우리말이다. 통일부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공방, 또 그들에 대한 각 사회단체들의 갈등, 국민들의 설왕설래, 참으로 어수선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나름대로의 방향성도 있어서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불교학을 연구하는 우리들에게는 석연치 못한 점이 있다. 불교계의 행정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들이 통일의 문제를 비롯하여 더 나아가서는 정치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점이다.



옛 선사 수행 통해 세속 맑게 해

국내의 유수한 7대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한쪽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고 한다. 불교도 우리사회에서 종교활동을 하는 한 정치나 경제를 비롯한 세속의 일에 결코 무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교에는 세속을 떠난 출세간의 진리에 더 주목을 해왔다. 전륜성왕의 길을 마다하고 숲속의 진리를 탐구하고 영원한 자유를 추구하려는 것 부처의 길이었다.

물론 정치활동이나 이념운동을 통해서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불교는 그것보다는 개인의 수행 내지는 집단의 수행을 통해서, 다시 말해 탐진치로 대표되는 번뇌들을 다스림으로 해서 삶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다양하고 분화된 세상에 그게 무슨 고원하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냐고 탓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석가 부처님이 그랬고 그분을 뒤따르는 역대의 눈 밝은 종사들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분들이 계신다. 불교가 자기 고유의 영역을 가지면서 역사 속에서 공헌을 한 것은 모두 그런 분들의 수행에서 나온 것이다.

수년 전에 돌아가신 해인사의 성철스님도 그런 분들 중의 한 분이다. 정치를 운운한 적도 없고 이념을 논한 적도 없다. 물레방아간 뒤에서 사회학을 논한 적도 없다. 그분의 일생은 참선수행 하나로 점철된 수도자의 삶이었다. 속세의 시시비비에 끼여들지 않았지만, 세속을 맑게 해주는 진실한 말씀을 전하여 참다운 수행이 무엇이고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다. 청빈하고, 근면하고, 당당하고, 뚜렷하고, 소박하고, 거룩하고, 그리고 영원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중앙일보」에 매일 매일 그분의 삶의 모습이 연재된다. 깊고도 맑은 청산의 냄새를 우리에게 쏘여준다. 주머니에 돈을 세고 명리를 추구하는 세속의 우리들이 수도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출세간의 진리에 더 주목해야

정치나 개인의 운명이나 이념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니다. 유명한 일간지를 통해서 그것도 수 차례에 걸쳐서 그분의 행적이 소개되고 있다. 이 혼탁한 세상에 우리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하고 그리고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계종 생긴 이래 수행가풍을 이보다 더 감동스럽게 보여 준 일은 없을 것이다. 불교의 위대함은 그런 훌륭한 수도자들에 의해서 이어져 가게 마련이다.

성철스님에 관한 기사야말로 문화에 대하여 국내의 어느 신문보다 관심과 정렬을 기울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안목이 높아질수록 건전한 비판이 서게된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나온다. 그 진실이 불교에서 오던 아니면 기독교에서 오던 그 출처는 하등에 문제될 것이 없다.



신규탁(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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