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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금설수귀 낙안성예

기자명 김형중

원문: 王常侍가 一日訪師하여 同師於僧堂前看하고 乃問這一堂僧이 還看經麽입니까 師云 不看經한다. 侍云 還學禪麽입니까 師云 不學禪한다 侍云 經又不看하며 禪又不學하고 畢竟作箇什麽입니까 師云 總敎伊成佛作祖去이다 侍云 金屑雖貴이나 落眼成하니 又作麽生합니까 師云 將爲儞是箇俗漢이로다

번역: 하루는 왕상시가 방문하여 승당 앞에서 임제선사를 보고 물었다. “이 승당에서는 스님들이 경전을 봅니까?” “경전을 보지 않는다.” “그러면 선을 배웁니까?” “선도 배우지 않는다.” “경전도 보지 않고 선도 배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십니까?” 임제선사가 대답하기를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왕상시가 묻기를 “비록 금가루가 귀하지만 눈에 들어가면 병이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임제선사가 대답하여 이르기를 “내가 그대를 일개 속인으로만 여겼구나” 하였다. ‘임제록’

더러운 것도 생각말고
청정한 것도 생각말라
귀한 보배인 금가루도
눈에 들어가면 병 된다

‘임제록’은 선어록의 왕이다. 중국 선종사의 오가칠종 가운데 으뜸 정통종파가 임제종이다. 우리나라 조계선종도 임제종의 선풍과 종맥을 이어온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돌아가시면 입적 축원이 “임제선사 문중에서 영원한 인천의 안목이 되어주소서”라고 한다.

‘임제록’에는 금싸라기 같은 깨달음의 금구진언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서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진리가 된다”는 말에는 주인의식이 담겨 있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에는 권위와 우상에 대한 타파를 통해 올바른 견해를 체득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만금의 깨달음의 내용이 기라성처럼 나타나 있다.

본문의 내용은 왕상시가 임제선사에게 선 수행의 경지와 깨달음의 경계를 인가를 받은 증서와 같은 것이다. 왕상시는 중국 하북부의 최고관리인 부주로서 임제선사의 후원자이다. 그 또한 임제선사의 유발제자답게 뛰어난 견처를 보이고 있다.

왕상시가 임제선사의 선방을 찾아서 선문답을 던진다. “스님의 수행공부에는 경전공부도 합니까?” 하고 묻는다. 물론 대답은 “경전을 읽지 않는다” 이다. 임제선사는 12부 대장경을 똥을 닦는 휴지라고 경전을 무시한 선사이다. 그러면 “선을 배웁니까?” 라고 묻는다. 역시 임제선사의 대답은 “선도 배우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경전도 읽지 않고, 선도 배우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한단 말입니까?”하고 왕상시는 더 한 번 밀어붙인다. 임제선사는 “모든 사람이 다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대답한다. 중생은 본래가 부처의 덕상을 모두 구족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인 참부처이다. 그런데 무엇을 더 닦고 가르칠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냥 그런 줄 알면 그대로 부처이다.

왕상시는 급기야 스승을 향해 지체 없이 진검을 휘두른다. “금가루가 비록 귀하지만 눈에 들어가면 병이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제선사는 “대단하구나. 나는 그동안 너를 덜 떨어진 속인으로만 생각했었다. 합격!” 하고 인가를 한다.

‘경덕전등록 유관(惟寬)선사전’에 “더러운 것이라면 생각에 두어서는 안 되겠지만 청정함도 생각에 두지 말아야 옳다. 마치 눈동자에 조그만 이물이라도 머물면 안 되는 것과 같다. 금가루가 비록 진귀한 보배이지만, 눈 속에 있으면 병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수행자가 보리·열반·진여·법성·부처 등에 집착하면 법집(法執)의 병이 된다. 부처와 조사가 되겠다는 집착 또한 병이다. 금가루가 귀하지만 눈에 들어가면 눈병이 된다. 금이 귀하지만 금으로 만든 쇠사슬은 속박인 것이다. 집착은 고통의 근원이고 수행자의 병이다. 집착을 치료하는 약이 ‘금강경’의 반야공이다. 이상(離相)이고 파상(破相)이다. 그러면 즉견여래한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1273호 / 2014년 1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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