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 황옥자 명상상담평생교육원장

“불교아동학 디딤돌 놓은 일, 평생 가장 큰 가피”

▲ 황옥자 원장은 “마음으로 입으로 행동으로 부처님을 닮아가고자 노력하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이것이 불자가 지향해야 할 행복의 길”이라고 조언했다.

모든 사람이 “포기할 때”라고 말할 때 누군가는 “NO”라고 말한다. 그 속에서 희망이 싹튼다. 미국의 인간관계 전문가인 데일 카네기(1888~1955)는 “세상의 중요한 업적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 우리가 문명 또는 문화라 부르며 누리는 대부분의 것들은 일부 선각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은 도전이 이뤄낸 산물이다. 부처님 또한 깨달음을 얻은 후 진정한 행복과 진리를 전하기 위해 길을 걷고 또 걷지 않았던가. 또한 구법승들의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인도에서 설해진 부처님의 가르침은 티베트와 아프가니스탄 등을 거쳐 중국과 한국,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동국대 불교아동학과 설립 이끌어
20여년간 천진불 스승들 1000명 배출
명상상담평생교육원 또 다른 도전
불교기반 상담·심리치료사 양성 발원

지금 이 시각, 우리 주변에도 불굴의 도전과 끊임없는 희망으로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올해 칠순인 황옥자(금강심) 명상상담평생교육원장도 외롭지만 수행자처럼 홀로 걸어 새 역사를 연 한 사람이다. 그는 유아교육 분야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결합시킨 교육전문가다. ‘불교아동학과(현 불교아동보육학과)’가 동국대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고 든든한 상목으로 기둥을 세워 ‘불교아동학과’라는 가람을 지은 주인공이다. 동국대 불교아동학과가 설립된 후 30여년 간 배출된 졸업생만 1000여명.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학들은 현재 국공립 및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원장, 원감, 교사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이 되어 아이들의 마음 속 불성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처음 개척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다 해 놓고 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충분히 가능했다고 말을 하지만 처음 길은 늘 외롭기만 하다. 그럼에도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에 발을 내딛은 것은 불법(佛法)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 때문일 터. 그를 아는 사람들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불제자”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동방대학원대 교수 인경 스님은 “수행인이자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분”이라고 말한다. 넘치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불교 발전을 위해 쉼 없이 정진하며 은퇴 이후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나정 동국대 교수는 “불교는 물론 보고 배운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 모두의 것으로 회향하는 선배”라고 했다. 집필과 논문, 강의로 불교아동학의 토대를 닦아 불교아동보육학과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986년 어느 날, 우석대에서 아동복지학을 가르치던 그에게 동국대에서 연락이 왔다. 총장 지관 스님이 한 번 만났으면 한다는 요청이었다.

“황 교수, 날 좀 도와주소. 이제 불교계에도 어린이집, 유치원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종교관이나 가치관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잖소. 어려서부터 꾸준히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축적되면서 생기는 것이 바로 불심인데 우리 불교는 그 기반이 너무 없어요. 독실한 불자라 하니 내 부탁하나 합시다. 동국대서 불교아동학과를 만들려는데 황 교수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소.”

지관 스님의 목소리에는 진솔함과 절박함이 반반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아동학 분야를 새로 개척해 달라는 요청이라니, 처음 길을 열어달라는 것 아닌가. 마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야 하는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당장 관련 전공자나 학생들을 가르칠 커리큘럼은 물론 교수진을 꾸리는 일조차 난관이었다. 더욱이 불교아동학과 교수라면 불교도, 아동학 분야도 전문가라는 양변을 충족해야 했다.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질렸다.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어머님의 미소가 떠올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뜻도 모른 채 경전을 독송했다. 지금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부처님 전에 향을 사르고 촛불 밝힌 방에 단정히 앉아 명상과 ‘금강경’을 독송하는 그다. 그런 그였기에 지관 스님의 청은 그대로 부처님의 진언으로 다가왔다.

“현실적인 어려움보다는 불교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끌렸지요. 마부작침(磨斧作針),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도끼를 갈아 바늘도 만들 수 있다고 했잖아요. 어머니의 자비로운 마음을 자연스럽게 닮아보기로 했어요. 불교아동학이란 용어조차 없었으니 하나하나 만들어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동국대 불교아동학과는 1987년 문을 열어 첫 입학생을 받았다. 교수라고 해봐야 황옥자 교수 한 명이었던 불교아동학과는 그렇게 처음 길을 열었다. 불교를 접목한 최초의 아동학과, 불교계 전체의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의 강의는 물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관련 교재가 전무하고, 전문적인 불교학자가 아닌데다가 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스님이다 보니 강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를 향한 비판과 실망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두렵기도 했다.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당시는 정말 심각했어요. 이교도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학생들을 위해 초청한 외부강사가 다른 종교인이었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받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스님들의 반발이 심했어요. 당시 지관 스님께서 울타리가 되어 주지 않았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예견하시고 ‘금강과 같이 견고한 마음으로 흔들리지 말라’고 금강심(金剛心)이라는 법명을 주신 것 같아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우선 불교아동학과와 관련한 교재를 발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다시 만들어야 했으니 부족함을 인정하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졌다. 원력을 단단히 하고 경전부터 살폈다. 불교적인 아동교육의 이론을 정립하고 연구에 매진해 차곡차곡 성과물들 저축해 기어이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발표된 논문 20여편과 경전에 나타난 아동교육에 관한 교설(敎說)을 묶어 ‘불교아동교육론’을 펴냈다. 강의를 시작한지 7년 만에 이룬 성과이자 국내 최초의 불교유아교육 교재가 출간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겨우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불교아동학과를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만 했다. 밤잠을 줄여 경전을 살피고 아동학 관련 학회나 세미나를 찾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동학에 불교사상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했고 그러한 결과 ‘유아 교사와 부모를 위한 동요와 손유희’ ‘부모와 함께하는 내 아이 마음 키우기’ 등 새로운 교재들을 출간할 수 있었다. 2008년에는 불교아동학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를 위해 ‘불교아동연구소’도 설립했다.

“불교아동교육론이 발간되자 가장 먼저 기뻐하고 격려해주신 분들이 바로 불교아동학과를 졸업한 스님들이었죠. 불교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스님들께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 스님들이 있었기에 연구에 더욱 매진한 것 같아요. 불교아동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는 그렇게 모두의 힘과 원력이 응축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6월, 그는 24년간 달려온 불교아동학의 길에서 멈춰 섰다. 정년을 맞이한 것이다. 그사이 불교아동학과는 여러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학과로서의 체계와 면모를 완성했다. 그의 땀과 온전한 노력이 있었음에 학문의 길로 완성된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정년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이었다. 교수로서의 정년이 끝났을 뿐 퇴임과 함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제2의 도전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다. 지난 8월 명상상담평생교육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명상상담평생교육원은 상담·심리치료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초기불교, 유식, 상담, 심리학 등을 통해 아파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곳으로,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국대 재임 시절 사무량심과 명상수행을 토대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했어요. ‘자녀의 선한 성품은 성숙한 부모로부터 비롯된다’는 주제로 진행된 부모교육은 부처님 마음을 닮아가는 8주짜리 프로그램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또 고엔카 위빠사나 인도본부로부터 어린이명상지도자(CCT: children’s course teacher) 자격을 취득해 서울, 부산, 경주, 전주 등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명상을 지도했습니다.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 명상상담평생교육원에서 체계적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동국대와의 인연을 ‘가피’라 했다. 아동학 분야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인연을 맺을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들을 길러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마음으로 입으로 행동으로 부처님을 닮아가고자 노력하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불자가 지향해야 할 행복한 삶의 길이라고 조언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274호 / 2014년 12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