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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악마의 덫

불교에도 악마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초기불교에서 악마가 등장하는 것은 부처님이 정각을 성취하기 바로 직전이다. 그 시점은 부처님이 고행을 포기한 시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고행에 전념하고 있을 때에 악마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고행으로는 정각을 성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행을 포기한 뒤 그동안의 수행을 되돌아보면서, 어릴적 경험한 초선을 회상하고 그 수행법을 선택하자 악마가 등장하게 된다. 이 내용이 주는 상징성은 매우 중요하다.

삼독심 끊지 못하면
악마의 덫 걸리게 돼
구분 안목 키운다면
평온의길 갈수 있어

그리고 스님들이 수행을 할 때에도 악마는 등장한다. 이러한 악마와의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경전이 상윳따 니까야에 수록되어 있는 ‘마라 상윳따’이다. ‘마라 상윳따’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은 실제 악마 마라와 수행자들 사이의 대화내용이다. 하지만 악마를 번뇌에 빗대어 묘사하는 내용 역시 니까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띠윗따까에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탐욕을 끊지 못하고, 성냄을 끊지 못하고, 어리석음을 끊지 못하면, 비구들이여 그는 악마에 묶인 자, 악마의 덫에 걸린 자, 악마가 원하는 대로 하는 자라고 불린다.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탐욕을 끊고 성냄을 끊고 어리석음을 끊으면, 그는 악마에 묶이지 않은 자, 악마의 덫에서 풀린 자, 악마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 자라고 불린다.” (Itivuttaka, Pat. hamara-gasutta 중에서)

경문의 내용을 보면,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악마에 비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삼독심을 끊지 못하면 악마에 묶인 자이며, 악마의 덫에 걸린 자이며, 악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숫따니빠따’에 악마의 세 딸이 등장하는데 그 이름이 “땅하, 아라띠, 라가”이다. 번역하면 “갈애, 혐오, 탐욕”이다. 그리고 악마는 ‘방일의 친척’이며 ‘죽음의 신’으로 불린다. 그리고 그의 군대는 ‘욕망’ ‘혐오’ ‘기갈’ ‘갈애’ ‘권태와 수면’ ‘공포’ ‘의혹’ ‘위선과 고집’ ‘잘못 얻어진 이득과 환대’ ‘예배와 명성’ ‘자기를 칭찬하고 타인을 경멸하는 것’이라고 설해지고 있다. 즉 악마를 비롯한 그의 권속들은 바로 번뇌를 의미하고 있다. 이들 번뇌는 너무나 강력하여 그것에 붙들리면 좀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탐욕이나, 분노, 성적인 욕망 등이 일어나면 그것이 곧 악마의 나타남으로 알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야 악마의 유혹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번뇌의 맛은 달콤하지만 그것은 고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라고 알아야 한다. 마치 마약이 황홀한 기쁨을 주지만 결국은 삶을 파괴하는 것과 똑같다.

우리는 오랫동안 노력하여 쌓아올린 명예가 욕망이 쳐놓은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그러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욕하기보다 나는 어떠한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탐욕, 분노, 욕망과 같은 번뇌는 사람을 가려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겪는 곤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언제나 자신을 성찰하고, 겸손한 자세로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처님은 바로 그 위험한 길을 벗어나 평온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분이다. 그 분의 가르침을 따라 평온과 행복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악마의 덫이 놓인 파멸의 길을 가느냐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선택을 하면 이제 되돌릴 수 없으니,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잘 구분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지혜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74호 / 2014년 12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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